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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평점 :
조재민 - 아메리카 심야특급
아름답고 신비롭고 물가도 싸지만 그만큼 사람살기 힘들어 강도, 사건 사고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남미.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남미는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언어,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잉카 제국의 잔재, 그리고 엄청난 고산병과 이를 염두하지 않을만큼 엄청난 자연 경관들까지. 라틴 아메리카는 사람을 유혹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고함이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꼭 가볼 곳이고 흔치 않게도 마광수 교수님이 이 여행을 권하지 않겠다며 추천해 주셔서 ^^ 선뜻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생뚱맞게도 여성의 사진과 칙칙한 색으로 되어져 우리가 남미, 라틴 아메리카를 상상하면 떠올리는 싼티 나지만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놀랍습니다. ^^; 두꺼운 편이지만 책 자체가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글자도 크고 줄간도 커서 쉽게 읽혀졌습니다.
군을 제대하고 미국을 통해 남미로 떠난 저자의 일정을 같이 합니다. 치안 자체가 실종된 곳, 경찰이 의미를 잃은 곳, 빈민들이 득시글 거리는 그곳에 뭐하러 수많은 사람들이 가질 못해 난리일까요. 어릴 때는 이런 곳엔 절대 가지 않겠다며 다짐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위험 자체도 나를 배워가는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여행의 묘미인 예상할 수 없는 위험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여야 합니다. 그럼에 여행기는 많은 이들에게 미리 감당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간접경험입니다. 감정적이지 않은 담담한 남자의 말투로 들어도 남미는 제겐 아직도 두렵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경찰이 소용없는 건 중국에서도 겪었지만 거기는 그래도 상황마다 달랐고 언어를 조금 아는 곳이라 괜찮았는데,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남미는 여행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미 여행기는 솔직히 처음이 아닙니다.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마음 모두를 보여주는 책도, 그림 여행을 하며 낭만을 즐기는 여행기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담담하고 굴곡없는 목소리의 글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역시 여행기는 여행 과정과 함께 나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보니 저자의 성격과 필력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거 같습니다. 마음의 검열없이 소설읽 듯 온 마음으로 즐기는 여행기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니 처음인 거 같기도... ㅠㅠ
얼마전 <탁PD의 여행수다>라는 방송에서 볼리비아편과 페루편을 봤습니다. 엄청난 자연 환경에 가기 힘들고 적응도 힘든 고산지대에 빈민가와 자본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원주민들. 좋고 슬프고 두렵고 감동하는 감정들이 혼합된 그곳, 제게 남미의 이미지는 그렇게 혼합되어 환상적인 여행지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만큼 보고 겪을 것이 많은 곳이 흔치 않고 인도나 아프리카 정도일까요. 여행수다를 보고 들으며 그들의 경험이 내게도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두근거림을 이 책은 거의 소설을 읽 듯 감정이입을 해 읽어 정말 말 그대로 간접 경험을 한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 여행기의 기본은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했고 누구와 함께 했으며 어떤 대화로 어떤 깨달음이나 생각을 했으며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등이 잘 어울어져야 합니다. 이 책은 제가 이제까지 고대했던 여행기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행기 중간 중간에 저자의 군생활과 그로 인한 감성을 짤막하게 보고 여행기에 이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더 깊이 여행기에 빠지고 저자의 생각과 경험에 다른 책보다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마지막 여행지인 쿠바도 너무 인상적이였습니다. 대학까지 무상 교육과 국가에서 주는 월급, 고등교육을 받아도 몸을 혹사하며 열심히 일해도 똑같은 월급을 받는 실정을 보여주며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동안의 여행은 일탈을 넘어 거의 생활하는 여행으로 짧은 떠남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의 일탈로서의 여행뿐 아니라 거기에서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과정까지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여행을 거의 생활처럼 하면서 계속 그 곳에서 살 것처럼 그곳에서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다가 마지막 부분에서야 퍼뜩 이 모든 것이 일장춘몽, 여행이였음을 깨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