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 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독특한 일러스트 표지에 눈이 가 읽게 된 책입니다. 밍부인이란 이름이 중국여인을 연상시키고 중국이라면 10명의 아이를 낳을 수 없기에 프랑스에 사는 중국 부인이란 생각이 들어 왠지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타국에서 화장실 관리를 하며 어떤 중국 고전을 전해줄까 기대되는 캐릭터입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하드커버에 책갈피줄까지 있습니다. 휴대성이 좋았고 글자가 크고 줄간도 넉넉해 읽기 편한 책입니다.

 

 

 

 

 

  2시간여 만에 읽힐 정도로 단편입니다. 일견 하드커버가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고는 귀히 모셔야 될 책 중의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에 미치는 힘을 생각하게 하는 짧은 글입니다.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은근하지만 강력한 영성의 힘을 이야기에 담아내는 저자의 내공이 상당합니다. 오랜세월 은은히 영향을 미친 많은 선조들의 입김과 영성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밍부인은 애초 상상과 달리 중국의 소도시에서 호텔의 남자화장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노부인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심, 이 부인은 어떻게 10명의 자녀를 낳을 수 있었을까. 미처 중국의 출산제한정책을 모르는 분들도 천천히 이야기에 따라갈 수 있으며 오히려 아는 분들보다 더 놀라움을 맛보게 됩니다. 게다가 이 부인의 신비로움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고전 중의 고전인 공자를 줄줄 인용하는 멋진 분이라는 점. 저에겐 공자하면 쾨쾨한 유교학자로 유명하며 보수적이고 진부한 분이란 생각을 많이 해 왔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공자는 중용을 알고 덕이 있으며 가족을 중히 여기는 따뜻한 사람이였습니다. 

  주인공과 밍부인의 대화에는 의도치 않은 거짓이 담겨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거짓으로 말하는 자신마저 수긍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서 나를 안위하는 그런 거짓. 그것이 깨졌을 때 다칠 감정을 걱정하며 더 커져가는 거짓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과 현실에서 우리들이 잘 하지 못하는 철학적인 생각들이 어우러져 인간미 있으면서도 세련되고 질척대지 않으면서도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아마 주인공의 직업이 세계를 여기저기 다니며 정착하지 않는 것이고 그의 성격이 반영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밍부인은 어떻게 보냐에 따라 후줄근하고 어디에나 있는 특색없는 아줌마일 뿐이지만 세계를 넘나들며 무역을 하는 저자의 눈에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화장실의 고고한 여왕이면서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중국 고전과 인민들과 통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집니다. 

  프랑스 책에는 종류에 상관없이 조금씩의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제가 쉽게 읽은 글이니 누가 읽든 쉽게 읽으실 수 있는 글입니다. ^^ 프랑스 번역책을 읽을 때면 거의 매번 글자들이 눈앞을 아른거리며 어지러워지고 내용 파악이 안되게 하는 난독증이 올라오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 너무 신기했습니다. 

 

 

 

 

 

 

  읽었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깊이감있는 생각할 거리들이 다양합니다. 주인공과 밍부인의 스토리가 있고 현대 사회를 생각하는 고뇌가 있고 개인의 철학에까지, 사소한 것에서 부터 큰 사회문제까지 고민하는, 단편이지만 스펙트럼이 큰 작품입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주제에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은 책으로 여러번 읽어도 지겹지 않을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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