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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노래, 모노폰을 없애라
엘리자베스 쵤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남문희 옮김 / 풀빛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엘리자베스 쵤러 - 독재자의 노래, 모노폰을 없애라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을 읽으면 조급함 없이 차분히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여유로운 이야기 템포와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풀어쓰는 단어들까지, 소설에서 인문학으로 넘어온지 1년이 조금 넘은 제 수준에 맞는거 같아 어린이 소설을 주로 쓰신 작가의 글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제목이 눈을 확 끈 것도 사실입니다. 모노폰이 뭔지 몰라 한번 보고 독재자라는 요즘 듣기 힘든 단어도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우리는 자율 의지가 아니라 무언가에 끌려가는 데 익숙한 거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될때 아주 불편해 진다는 걸 문득 문득 깨닫곤 합니다. 왜 그리 살아왔는지, 자유롭게 살기 위해선 어찌해야 될런지 천천히 생각해 보며 읽기 좋을 책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얇은 편에 가벼워 휴대가 좋았습니다. 글자가 살짝 큰 편이라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형체 없는 두려움들에 많이 휘둘리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두려움과 구속이지만 우리 스스로가 얽메이고 갇혀 자유를 구속받는, 자기가 던진 돌팔매에 자기 발이 걸려 넘어지는 웃기는 형상을 우리는 매일 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들까지 다 알아 들을 수 있게 재미있고 짤막한 이야기로 이런 두려움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마틸다라는 여자 아이로 중학생 정도인 듯 하며 1인칭 주인공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누가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도 모를 모노폰이라는 것이 광장에 들어오며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웃고 떠들며 같이 뒹굴던 친한 친구들마저 변하고 모노폰이 만들어 낸 힘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이끌려 사라집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지 왜 가야만 하는지 위화감이 생기고, 모노폰을 둘러싼 지도층이 생기며 사람들 사이에 비밀과 경계와 두려움이 생겨납니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알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이런저런 형체없이 조여오는 두려움을 많이 자주 느껴봐서인지 책에서 마틸다가 느끼는 두려움이 훅 와 닿았습니다. 가족, 친구들이 어디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주위 사람들을 믿을 수 없는 막막함,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령에 의해 갑자기 휘둘리며 생기는 감정들이 왠지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주도하에 어른들도 같이 힘을 합해 모노폰을 끌고 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남은 책장이 몇장 안 남았는데도 모노폰을 없애러 가는 걸 보니 누가 중간에 끼여들어 훼방놓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확연히 들었지만 살짝 겁을 먹고 조마조마하게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합심해서 같이 동등하게 사회를 이끌어 가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도층이 중장년이라고 그들만 지도층으로 군림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 눈치만 봐야된다면 그게 좋은걸까 의심하던 화두가 다시 훅 의식으로 올라왔습니다. 마틸다처럼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 책만큼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주는 책이 있을까 싶습니다.
속 시원한 결말을 안겨주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가 되돌아보면 마음이 다시 답답해 집니다. 이 책처럼 간단히 모노폰을 찾아 없애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우리들의 TV가 이 책의 모노폰 같은 존재는 아닐까 의심도 하게 됩니다. ^^ 마틸다에게서 용기의 위대함을 그리고 자유로움이 어떤 것인지 새삼 배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