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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더 느리게 2 -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 ㅣ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2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 / 다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츠샤오촨 - 느리게 더 느리게 2
작년부터 북경대 출신들의 좋은 점을 배울 수 있었던<인생의 품격>, 그리고 칭화대 교수가 쓴 고전에서 인문학적으로 나를 닦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를 지켜낸다는 것> 등을 재미있게 읽으며 중국 책들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템포 늦추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제 인생의 모토에 거꺼워질 수 있도록 도와줄 책인 거 같아 이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두툼하고 글자는 좀 작은 편입니다.
총 8강으로 되어져 있습니다. 챕터마다 주제가 다르고 그 주제에 관련된 교훈들이 짧게 소개되어져 있습니다. 각 글의 교훈을 주제로 한 본문은 애초 예상과 달리 북경대 강연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그 교훈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 고전과 북경대 인사들의 언행, 작품 등이 예시로 들어져 있었습니다. <인생의 품격>이란 책도 굳이 북경대 나온 사람들과 연관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저자 자신의 목소리와 섞어 놓아 참 요상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도 굳이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라 불러야 했을까 의아함에 책에 쉽사리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중국과는 별개의 독립된 국가라 주장하며 중국과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나라인 대만이라는 나라의 대표적인 대학 타이완국립중앙대의 교수셨던 분입니다. 헛웃음이 났지만 이렇게 되면 책에서 배울만한 점을 얻을 수 없겠다 싶어 마음을 가다듬어 그 사실은 한켠에 제쳐두고 본문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한때는 교훈을 준다는 명목으로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 이거 해라, 저건 하지 마라'는 식의 책들이 잔소리처럼 느껴져 피하곤 했습니다. 저자는 보통 사람인 독자와는 다르다는 듯한 허세로 느껴질 정도로 글솜씨가 좋지 않은 저작은 오히려 삐뚤어진 제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어 반성하게 되곤 했습니다. ^^; 이 책은 글솜씨도 뛰어 나고 북경대 출신들이 예로 들어져 있어 저자의 에고에 마음 상할 일은 없었습니다. 번역도 훌륭해서 글씨가 살짝 작은 감이 있었지만 각 글의 주제와 본문이 부드럽게 연결되어져 있어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초 제가 잔소리 같다 생각했던 부류의 책임에도 제게 도움이 될 부분은 관심있게 읽은 걸 보면 어느 정도 제 안에 있는 삐뚤어져 있던 아이를 살짝은 다독여 놓은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
제 2강 '산다는 것 자체가 수행이다' 라는 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중하게 읽었던 거 같습니다. 무시당하고 남에게 핍박받아도 선량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과 그랬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저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게다가 '남들이 잔꾀를 부려도 나는 신용을 지킨다'는 부분에선 정말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잔꾀만 부려온 거 같아 제 자신이 작게 느껴지더군요. 경쟁을 싫어한다는 핑계로 틈새만 공략해 왔고, 정공법으로 노력해 남들과 같이 경쟁해 올라가 본 경험이 미흡한 거 같아 제 인생 경로가 잘못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7강의 주제들도 제 부족함을 많이 일깨워 주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남들과 경쟁하기 싫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잘 살까 욕심내고 조바심을 냈던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침착해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막상 그 급박한 상황에 닥치면 발을 동동 굴리고 가슴이 벌렁벌렁 거려 조급해지는 제 자신을 책을 보며 새삼 깨닫고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정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면 이렇게 책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여유롭게 확인해 두는 것이도 좋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
<인생의 품격>처럼 북경대를 팔아 먹는 상술은 아주 고약하게 느껴집니다. 유명 정치인과 학자들이 베이징대에서 많이 배출되어 중국의 서울대라 불릴 때가 있었지만 요즘엔 인문학으로 유명할 뿐 각 분야마다 유명 대학이 나눠지고 유력 정치인들의 출신 대학들이 다양해지며 그 명성이 약해지는 듯해 보였는데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역시 북경대라는 말만 없었다면 훌륭한 책입니다. 요즘 제가 고민하던 겸손과 성공, 그리고 행복 같은 화두에 도움이 될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