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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틀 스타일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배명훈 - 가마틀 스타일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간을 이해하기란 힘든 일입니다. 바로 나 자신이 인간이니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라는 인간과 인간 전체를 조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인간이 아닌 다른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소설책을 즐겨 읽게 됩니다. 독특한 제목과 특이한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주인공이 로봇이 아닐까 라는 가정하게 읽게 됩니다. 책은 얇고 가볍고 읽기 좋았습니다. 워낙 얇아 단숨에 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였던 거 같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주인공은 한국인 남녀인 민소와 은수로 어릴 적 친구였던 그들은 국제기구에서 과학자와 수사관으로 일하며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일본인 과학자가 전세계에 분포된 공장에서 직접 제조한 로봇 군단이 세계를 제패하려 인간들을 덮치고 그들과의 전투에 승리한 인간들은 전투에 참여치 않고 로봇 군단에서 이탈한 로봇을 찾으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미래가 배경이고 주인공들이 활동하는 조직 등이 색달라서 특이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간도 아닌 로봇의 내면을 추측하는 수사관의 시선을 따라가며 추측 난무의 저자를 따라가는 도입부분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면 로봇의 입장을 알 수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끝까지 따라가 봅니다. 정말 인간이 되려한 건 아닐까. 반인간화 공정을 거쳤지만 스스로 이성을 갖추고 인간친화적이 되었을까 이런저런 추측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수사관과 과학자인 주인공들의 행동도 미래 배경이다보니 현실적으로 와닿질 않았고 수사 진척이나 추측의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국제적 기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심각히 고민이 되더군요. ㅠㅠ 실제 이라크 전이 벌어졌던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인간 침공 첫 공격지이라는 면과 로봇을 만든 사람이 일본 과학자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바그다드는 전쟁, 파괴, 고통의 시간에 현실감을 부여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로봇을 찾는 중심에서 중요 업적을 달성하는 반면 해상, 육지 전투력을 높이고 있는 일본의 과학자를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욕을 갖춘 대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명령대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 그 로봇은 자신의 바디가 목적에 맞게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수리공장을 찾아가면서 일탈을 하게 됩니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가 탑재되었다고 알려진 로봇이 스스로 전장에서 벗어나는 초유의 사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없이 추측하고 그 로봇을 포획하려는 인간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점점 로봇을 과대평가해 인간적인 로봇이 되어있지 않을까 추측했지만 인간보다 더 완벽한 인격체로 변한 로봇이 자신의 결점을 해결하고 그 결점을 받아들이고 최적화 하는 과정은 허무한 결말처럼 느껴졌고 황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로봇은 바로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을 희화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얼마전 자바 프로그램을 배우게 되면서 절대 명령없는 수행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 소설의 로봇처럼 인공지능을 가져 판단까지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까요. 혹시 인간을 창조한 누군가도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었는데 저들 마음대로 횡포하듯 사니 무서움을 느끼고 우리를 포기한 건 아닐까요. 로봇이 제 갈길을 찾고 소신대로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보고... 엉뚱하게도 한가지라도 잘해서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의 든든한 나사가 되라는 메세지가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애초 생각했던 로봇의 입장에서 인간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뛰어 넘는 로봇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의 의도였는진 애매하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 진행이 좀 삐그덕 거려 재미없게 느껴졌지만 로봇의 의도가 궁금해 읽다 보면 점점 집중하게 되며 흡입력있다고 느꼈습니다. 애매모호한 말투와 미래가 배경이여서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과 과학에서 인간의 의미와 함께 과학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