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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김호경 -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아버지가 요몇년간 화제의 주제로 오르내립니다. 드라마 그리고 영화같은 친숙한 매체에서 자주 다루면서 아빠, 아버지와 친하지 않던 제게 점점 더 아버지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소설로도 더 깊이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작고 가벼웠고 본문도 짧고 줄간도 넉넉해 읽기 쉬운 책입니다.
소설로서 편하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소설은 현재의 이야기에서 등장한 책을 연계로 과거로 돌아갑니다. 책의 전반은 과거 이야기이며 책 후반부에는 앞의 도입을 마감하듯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예비 연습없이 바로 부모가 됩니다. 완벽하지 않고 서투른 부모님, 아이들은 그들의 서투름을 모르고 그것을 바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휩싸이곤 합니다. 사회에서 대외적인 모습에만 집중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 가정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좋은 아버지가 되면 좋겠지만 힘들지요.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소홀한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기의 아들입니다. 자신을 과시하길 좋아하는 그는 농구부의 기대주로 활약하다 폭력을 휘두르게 되며 중요한 경기를 망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전교생의 괄시를 받게 되고 어머니의 권유로 휴학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고 누구든 부러워하는 좋은 차를 선물로 받고 그 차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미전역을 여행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버니는 차분히 자신이 가야할 곳들의 리스트를 보여줍니다. 감사한 사람들, 미안한 사람들을 적어둔 순서대로 찾아나서는 여행, 미 전역에 무분별하게 섞여진 주소를 그런 식으로 찾아간다는 건 말 그대로 무분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집을 꺽지 않는 아버지. 왜 그런 순서일까요.
여행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6개월 시한부 암환자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이 생각하던대로 사회에 헌신하고 퍼주는 그런 넉넉한 성공한 사업가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성공한 아버지에게도 자신처럼 철부지 시절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지요. 청소년기에 자신이 생각하던 모든 것이 뒤흔들리는 경험은 모두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다가 아니라는 것, 표면만 봐 왔던 그 사실의 이면엔 다른 사정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었다는 것. 내가 선하다고만 생각해왔던 사람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아들의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요. 크게 느껴졌던 아버지가 사실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 죽어간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아들에겐 크게 눈을 뜨게 해준 기회가 이니였을까요.
왜 맞아들을 여행 동반자로 선택했을까요. 초반에 아버지가 아플 거란 걸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주는 복선을 깔아주지만 아들에 대한 배려를 뚜렷이 느낄 만큼 사랑을 느낄 수 없어서 의아했었습니다. 바로 그런 게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하게 됩니다. 끝없는 배려, 생의 끝을 아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의 아버지처럼 비서와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거나 어머니와만 떠났다면 철없는 아들에겐 큰 배려와 깨달음을 줄 수 없었겠지요. 아들은 그 여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잡고 아버지가 남긴 유지를 이어갑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그 의미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 감동은 이야기를 쉽게 잊지 못하게 하고 곱씹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준비하게 된다면 뭐부터 해야될까 종종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 내가 함께 했던 사람에게 나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질 못했습니다. 무모하지만 의미있는 결심을 통해 아들을 크게 해준 큰 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삶은 양파처럼 많은 꺼풀이 있고 그 꺼풀을 벗으며 사람은 성장하는 게 아닐까요. 꺼풀을 하나 벗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