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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포효하다 - 빛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15년 1월
평점 :
유순하 - 사자, 포효하다
희망이 절실한 이 때, 또다른 희망이라는 광고글과 강렬한 제목과 표지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의심없이 믿고 있던 큰 믿음,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제 마음속 믿음이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깨지며 의심과 불안이 팽배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왠지 제목만 들어도 '그래, 지금 이렇게 아픈건 원래 이래서였던거야' 라는 체념과 함께 왠일인지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책은 읽을 수록 무슨 말을 하는지 모호해졌고 제목만 각인되는 독특한 책으로 기억합니다. 얼마 후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별로 좋은 책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이 책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다룬다는 말에 반가웠습니다. 몇년이 지난 지금 재정리가 필요할 만큼 그 책이 자주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책은 작고 가벼웠으며 본문은 조금 빡빡하다고 느껴질 만큼 꽉 찬 느낌을 줍니다.
책 초반의 저자는 제게는 마광수 교수가 느껴질 만큼 자기보호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회로부터 부당한 비난과 질책과 힐난을 받았고 그 것에 대한 한탄과 토로로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대한 선입견없이 읽기 시작한 제게는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만 앞뒤 상황을 조금 알고 있던 분들에게는 새로운 이해로 새로운 시각이 생겼거나 혹은 똑같은 이야기를 또 봐야하는 피곤를 야기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선입견 없던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한일관계에 대해 아슬아슬하게 날카로운 터부위를 날뛰는 저자의 과거 행적이 신선했고 호기심을 자극해 빽빽하게 느껴지는 책을 읽는데 힘을 주었습니다.
마광수 교수님이 떠올리게 할만큼 자기보호적으로 책을 시작한데다 우리가 구체적 이유는 없지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터부인 반일감정을 자극할 만큼 직설적인 저자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직설적인 시원시원한 말투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됩니다. 글에선 격한 감정도 느껴져 감정과 이성의 기로에서 넘나드는 격정이 느껴졌습니다. 저자의 똑똑함이 느껴집니다. 좋든 싫든 책을 쓰는 저자에 대한 감정을 끌어내는 도입은 책에 몰입하게 하는 힘을 줍니다. 크게 관심이 없던 마광수 교수의 글에 처음엔 홀렸지만 읽을 수록 반복되는 흐름에 지쳐갔던 것이 어렴풋하게 떠오릅니다. 이 책도 마광수 교수의 책처럼 흡입력이 높지만 똑같은 논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되면서 피로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며 진심으로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말과 저작을 인용하고 있어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조가 고여있지 않고 어느 흐름으로 조금씩 흘러간다는 게 느껴지며 저자의 똑똑함에 눈을 빛내며 계속 읽게 됩니다.
새로운 희망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세월호 참사, 대학의 부재 등으로 저자는 희망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읽을 수록 재미있습니다. 어두운 사회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을 애둘러 말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팔짱끼고 남의 일인 듯 냉소해선 안되며, 누군가에게서 대안을 받아내려 대들지 말라고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군대와 여중생들의 어두운 뒷모습을 같이 슬퍼했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희망이 없는 이 시대에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남의 문제로 생각지 말고 각개각생이 대안이라 합니다. 어설픈 논조의 글이였다면 피식 웃고 지나갔겠지만 잘 짜여진 설득력을 갖춘 글로 마음을 현혹합니다. 추상적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라 우습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책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짜여진 논조의 글이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게 읽으며 설득당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