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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자기만의 일과 생활의 균형 찾기
오하라 헨리 지음, 시고 군 그림, 정현옥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할 수록, 경력이 늘어날 수록 실무와 거리를 두고 싶어집니다. 작년까지만 평생 실무만 하고 싶다며 주위에 떠들고 다녔던 제 칠칠치 못한 모습이 떠올라 혀가 절로 차여지는 요즘인데요. 실무로 바쁜 것도 좋겠지만 이젠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여유있게 한발 물러나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달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작고 얇고 가벼워 들고 읽기에 딱 좋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삶이 가능하구나를 보여주는 저자의 삶을 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해서 사는 삶,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배운 중국의 철학자인 순자와 장자가 생각납니다. 6개월에 1,000만원 모으기 프로젝트를 해보려 이리저리 알아보고 없는 돈에 부동산에 투자해보려 다녔던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친절하고 여유로운 책입니다. 독자를 쪼고 자극하는 자기개발서만 주구장창 읽었던 제게, 힘을 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저자는 초반부터 자신의 삶의 방식이 왜 다른 사람과 달라졌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하며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칩거'는 일본에서 유래한 은둔형 외토리라는 뜻의 히키코모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조금 더 발전된 저자의 칩거는 독립한 성인이 생활이 가능하도록 경제적인 활동을 하며 사회활동을 최소화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강하게 느껴지 듯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칩거이지 능력이 없어서, 사회에서 거부된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월세집을 찾고, 친구를 덜 만들고 채식하는 등의 최소한의 소비 지출, 길에 나는 풀을 뜯어 반찬을 만들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최소한의 경제력은... 초반에는 어리둥절,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궁금증은 더해지고, 의, 식, 주와 관련된 노하우를 어떻게 찾아내고 발전시켜 왔는지 차근히 이야기가 전개되며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건 아닐까 의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였습니다. 왜 돈을 벌고,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물론 이런 생각도 사치라 느껴질 만큼 휘몰리며 사는 바쁜 분들은 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지방에서 살다가 도쿄로 독립을 해 나왔고 급격히 차이가 나는 도쿄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자신에게 맞는 집과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낸 경우입니다. 즉 행복하지 않은 일로 돈을 벌며 행복을 느끼는 저와는 정 반대로,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최소한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흙수저에 고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한 저자도 해낼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도전의식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상냥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가득해 책을 읽으면서는 마치 보들보들 소설책을 읽는 듯 행복하지만, 읽고 되돌아서 요즘 써놓은 서평을 보고 있자니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지더군요. 지금 나는 행복할까? 이 일을 내가 즐기고 있는가? 생각해 보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