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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 - 믿는 만큼 성장하는 아이를 위한 심리 육아
송미경(힐링유).김학철 지음 / 시공사 / 2017년 5월
평점 :
저자는 세 아이를 키우며
정신과 의사인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조언들을 듣고
생활에 적용하며 그 사례들을
'힐링유의 정신이 건강한 육아' 블로그에
쓰고 있다.
저자의 블로그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글이
바로 책에 가장 먼저 실려있는
'내 아이가 맞고 들어올 때'여서 반가웠다.
예전에 그 글을 읽었을 때,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살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 두 살 때,
어린이집 아이 반은 총 세 명이었다.
아직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나이니
보통은 때리거나 이로 무는 행동이
많이 나타나는 때다.
그때 아이가 같은 여자애 한테
종종 물려왔다.
"어머니,
오늘 OO이가 지훈이 팔을 물고 있는 걸 봐서
주의 줬어요.
지훈이가 울지 않고 그걸 쳐다 보고
있어서 물리는 줄 몰랐어요."
내가 데리러 갈 땐
"네 알겠습니다. 별로 안 아팠나 보네요."
하고는 데리고 왔는데
외할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이는 교육을 받아야했다.
"걔가 깨물면 너도 깨물어." 라든가
"깨물면 소리를 질러." 라든가
외할머니의 말씀을 아이가 알아들었을리 만무;;;;
그저 외할머니의 속상함의 표현이었으리라.ㅎ
외할머니가 그렇게 얘기해도
나는 차마 아이에게 똑같이 하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더라.
"다음에 또 OO이가 물면,
아프다고 해.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까지만 했다.
그런데 외할머니와 엄마가
이 자국이 선명한 팔을 붙잡고
속상해하고 있어도
아이는 무덤덤했었다.
주위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
시간이 흘러
저자의 시아버지 말씀을 읽으며
그때 그 사건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땐 바로 사과할 줄 알고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아이로 자랐기 때문이다.
얼른 화해하고 신 나게 놀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아침에 등교할 때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때
시간만(!) 읊어주는 것도
비슷한 경험이라 공감했다.
아이 1학년 때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분이니깐 집에서 몇 시에는
출발해야한다는 설명을 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시간만 알려줬다.
"지금은 8시야."
"8시 20분야."
"이제 8시 45분이니깐
지금 출발하면 지각할거야."
책임은 전적으로 아이가 지는 것이므로
담백하게~
엄마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ㅎ
이름으로 놀리고
키나 몸무게(몸매)로 놀리는 거..
그것에 관해서도 아이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키나 몸무게를 스스로 정할 수 있을까?"
"아니."
"태어날 때 하느님이 주신 걸로 놀리면 될까?"
"아니."
"친구들이 나보고 문어래."
"그럴 때 기분이 어땠어?"
"안 좋아. 치!"
"다른 친구들도 그럴 때 기분이 안 좋겠다."
"응. 난 안 놀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시간을 썼던 일이 내게도
아니 우리에게도 있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버텼던
어느 날,
출근 시간을 잠시 미루고
아이 유모차를 밀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다.
두유를 하나 사주고
잠시 걸으며 아이를 기다려주자
어린이집에 순순히 갔었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기 몸을 해치는 행동이 아니면
아이의 무슨 짓(!)이던
최대한 허용하게 하는 것도 비슷하고..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엄마라
모든 에피소드에 공감하고
또 저자의 시아버지와 남편의 조언을
곱씹으며 읽어내려갔다.
나는 육아서를 읽고
직접 아이와 몸으로 부딪히며
돌아서서 자책하며
그야말로 흙탕물에서 뒹굴며
체득한 것들인데
저자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적재적소 필요한 조언들을
해주니 얼마나 부러운지..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셋이고
나는 하나 ㅎㅎ
그녀에게는 그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할 것이다.
아이는 아홉 살,
이제 엄마는 육아서가 아니라
과목별 학습법을 조언하는 책을 읽는다.
만약 내게 그동안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무엇이고
아이 키우면서 가장 잘 했던 점을 꼽으라면
다음 세 가지를 들겠다.
아이를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엄마의 상처와 수치심을 치유하여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었던 점.
친구를 새로 사귀는 모습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
기분을 좋은 상태로 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점
사과하고 용서하는 태도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점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점
...
지금의 아이 모습을 보면
어릴 적 아이에게 채워졌던 것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며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곤 한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한 가지는
블로그에서 글을 읽었을 땐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크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시아버지와 남편의 전문적인 조언들을
부각시키려다보니 엄마가
육아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닌데, 분명 엄마가 한 건데..' 하는
생각에 내내 엄마의 자리를
정하지 못해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0-7세 아이를 둔 부모에게 권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 읽을수록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20)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마음을 곰곰이 느껴보고 '네가 그렇게 억울했구나!', '정말 속상했겠다!'와 같이 온전히 아이 편이 되어주면 되는 거란다. 내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방법은 상대방 아이를 혼내주거나 그 부모에게 따지는 게 아니다. 마음을 기대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버팀목으로서 아이가 느낄 수 있게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이지. 그런 뒤에 상대가 왜 그랬을지 함꼐 생각해보고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게다.
45) 공감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쓰는 거야. 내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이해한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을 함께 느끼고 있음을 상대방이 저절로 알게 될 때까지 나의 '시간'을 쓰는 것. 그것이 진짜 공감이야.
136)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학교와 공부는 아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사회가 마련한 의무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마련한 의무교육은 인간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산적인 노동력을 만들어내게 교육하고, 지배계급이 정한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인력을 양산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창의성은 환영받지 못하는 교육인 것입니다.
이 시대에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주어진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공동체 속에서 큰 뜻을 가지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행복하고 의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며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돌아가는 나사못으로 아이를 자라나게 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그러한 자본주의의 소모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면 먼저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사유의 시간을 주고 아이의 의지를 바라보고 스스로 생명력을 꽃 피울 수 있게 길을 안내해주어야 합니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남들 하는 것을 모두 쫓아서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나만한 그릇에 아이를 가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174)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아이는 돌도 되기 전부터 몸으로 이미 알고 있어. 수백 번 시도해 뒤집고 기고, 수도 없이 넘어지며 걷게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현명하다고.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계속 노력만을 강요하면,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 아이는 이루지 못한 성과에 대해 자책과 자기비하를 느끼고 결국엔 자포자기하게 되는 거야.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말로 노력하면 된다고 할 필요 없어. 당신이, 그리고 내가 평소에 노력해서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야. 아이가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해주면 되는 것이고.
200) 정해진 설계도 없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의 불안과 싸우는 고통을 겪어야만 한단다. 보통 부모는 그 고통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설계도를 그려서 아이를 끼워 맞추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그것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부모의 역할인 게다.
222) 사회적인 예의를 차리느라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희생시키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