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천재들

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는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이름만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번창이 이루어졌다. 지브리의 대표 이사 겸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의 『지브리의 천재들』은 오늘날의 지브리가 있기까지 그 성공 신화를 다룬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든 감상은 두 천재 사이에서 등 터진 또 다른 천재의 구구절절한 하소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히트작을 낸 지브리의 상징,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그의 동료이자 쌍두마차를 이루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무릇 한 분야의 권위자들이 그러하듯 이들의 고집과 작품을 향한 애착이 얼마나 집요한지 책을 읽는 내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최고가 되길 바랐고, 작품 속에 ‘철학’이 있길 바랐다. 그렇지만 탕 파서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 애니메이션도 결국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다른 말로 하면 ‘돈’이 되어야 한다.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잘 이어주는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스즈키 도시오’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두 천재의 비범함을 보여주려 했지만 내 눈에는 오히려 고집쟁이 예술가들 틈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려 하는 그의 노력이 더 돋보였다.

툭하면 개봉 날짜를 어기고 분량 초과는 예삿일, 자신의 작품과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철칙을 가진 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럼에도 그는 해냈고 그 결과가 오늘의 지브리다.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나도 어렸을 때 즐겨보며 자란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진땀나는 일들의 연속이었는지, 시간이 흐른 후에 활자로 읽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로 끝나지 당시 현장에서는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영화가 히트하냐, 히트하지 못하냐’는 결코 신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끈기와 노력에 의한 산물인 것이다. p174

이 얼마나 오만하지만 처절한 외침인가, 스튜디오 지브리가 있기까지 훌륭한 감독과 음악 감독(히사이시 조) 이하 여러 스탭들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작품을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만드려 애쓴 도시오의 노력또한 큰 몫을 차지할거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했다. 나 역시 지브리의 신작보다는 그 향수를 더 그리워하고, 그때의 작품에 더 마음이 간다. 시대가 변했다. 지금까지의 지브리는 성공가도를 달렸다면 앞으로의 지브리는 과거와 같이 우리 가슴에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