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4 - 난세의 인걸들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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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에는 사람을 모아 자신의 권세를 높이려는 귀족들과 그들에게 의지하여 부와 권력을 얻으려는 식객들의 야심이 맞아떨어지며 인재를 길러 내는 풍토가 성행했다. ‘전국 사공자라 알려진 제나라의 전문, 조나라의 평원군 조승, 위나라의 신릉군 무기, 초나라의 춘신군 황헐은 저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식객을 거느리며 당대 정국을 좌우했다. (p227)

 

 

 

이쯤 되면 완역본이 궁금해진다. 이희재 화백의 60대를 쏟아 붙은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4권 난세의 인걸들』을 읽다 보면 어째 이야기들이 다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같은 걸까. 분명 시간도, 공간도, 인물도 다른데 한 인간의 삶을 놓고 보면 기승전결이 다 똑같다. 이렇게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너무 단순한데 당장 나부터도 그다지 이상적으로 살아가진 못하니 이래서 인간은 어리석은 종족인가 보다.

 

 

 

 

초나라의 화씨가 산에서 귀한 옥돌을 얻어 이를 왕에게 진상했으나 여왕과 무왕 둘 다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화씨를 벌한다. 50년의 기다림 끝에 문왕에 이르러 비로소 귀한 보물로 거듭난 옥돌은 천하의 보물 화씨벽이란 명성을 얻게 된다. 원석을 쥐고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도 결국 통치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국운이 다하면 충신은 멀리하고 간신배만 가까이 두나보다. 총명했던 자들도 시간이 흐르며 초심을 잃게 된다. 놀랍게도 모든 나라가 비슷하게 망한다.

 

 

 

진나라와 제나라의 팽팽했던 양강구도가 한쪽으로 기울 무렵, 인재를 얻기 위한 통치자들의 야심은 더욱 불타오른다. 이에 귀족들은 식객을 들여 인재를 대접했는데 제나라 설 땅의 영주 맹상군은 식객의 수가 무려 수 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맹상군의 명성이 진나라까지 자자하자 진소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고 싶어 했으나 대신들의 반대로 마음을 접고 후환을 위해 그를 제거하려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식객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맹상군이란 인물을 잘 알진 못하지만 어떻게 보면 참 어질고 현명한데 또 어떻게 보면 한없이 인간미 넘쳐 보인다. 특히 그가 실각하고 그 많은 식객들에게 버림받았을 때 보인 원망에서 맹상군도 결국 사람이구나!를 외치게 된다. 그런데 맹상군이 중용한 식객 풍환은부귀하면 따르는 자가 많아지고, 가난하고 천하면 친구도 떨어져 나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p79)”라며 식객들을 원망하지 말라고 하니, 더 대단한 건(?) 그 가르침에 납득한 맹상군이다.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들의 배포는 감히 나 같은 소인이 헤아릴 수 없나 보다.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들도 다 엇비슷하다. 뛰어난 인물에 질투하지 말고, 누군가의 원한 살 짓을 하지 말자!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쓴 소리를 가까이하고 물러날 때를 알아야 여생이 편안하다. 다만 진나라와 맞서 싸워 패망의 위기를 넘긴 조나라 평원군 에피소드는 좀 많이 불편했다. 백성들은 굶어 죽고 군사들은 제대로 된 무기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100명이 넘는 소실들과 따수운 밥과 고기를 배불리 먹으며 왕족이라고 입만 살아있다. 뭐 다른 무능한 인간들보단 좀 더 나으니 이 책에 실린 거겠지만 항상 전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들은 호위 호식하고 직접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는 자들과 모든 무리에서 가장 약한 자들은 언제나 가장 비참하게 희생된다. 뭐 어찌되었든 평원군이 정신차려 곳간을 푼 덕분에 눈 앞에 닥친 진나라의 침공은 막았지만 결국 장평대전에서 40만명의 군사를 잃는다.

 

 

 

진나라는 출신 성분이나 친분 관계보다 능력을 앞세워 인재를 선발했다(p227)는 설명을 미루어볼 때 패자의 길을 걸은 진나라의 진정한 힘은 적절한 인재 등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름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을 뽑고 뽑아 실은 책일 텐데 어째 그다지 닮고 싶은 인물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서슬 퍼런 진 소왕의 탐욕으로부터 천하의 보물화씨벽을 지켜 조나라로 귀환한 인상여정도? 그나저나 가장 궁금한 건 화씨벽의 실물인데 전해지는 게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7892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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