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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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머리에서 막연히 실크로드를 생각할 때면 동서교역을 위해 낙타를 몰고 가는 소그드 카라반, 또는 불경을 구하기 위해 황량한 사막을 건너던 현장법사나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들, 또는 서역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인과 유목민이 벌인 무수한 싸움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막상 투르판에 와보니 그것은 지나가는 자들의 이야기일 뿐 오아시스 도시에 뿌리내리고 오순도순 살아갔던 서역인들의 숨결과 체취가 살갑게 다가왔다. 그네들이 시련의 역사 속에 남긴 유적에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애잔한 소망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실크로드란 길로 나 있는 선이 아니라 오아시스 도시에서 오아시스 도시로 이어가는 점의 연결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p56)

<들어가기 전에>

1. 실크로드는 크게 동부, 중부 서부 구간으로 나뉜다.

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2권에서는 동부구간(서안에서 하서주랑을 통과해 돈황까지 약 2,000킬로미터)을 다뤘다.

3. 이번편은 실크로드 중부구간(돈황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카슈가르까지 약 2,000킬로미터)을 다룬다.

4. 천산남로의 투르판과 쿠차, 서역남로의 호탄과 카슈가르, 그리고 모래 속에 파묻힌 누란 등 다섯 도시(p11)를 답사한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실크로드하면 광활한 사막에 강렬한 햇빛과 낙타가 연상된다. 중국에서 서역으로 무역을 하기 위해 떠난 그 길, 지금 당장 내가 떠올리는 실크로드는 6,400킬로미터 구간의 단편일 뿐이지만 각자의 사정을 품고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사막 타클라마칸을 건너던 이들의 비장함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죽음의 사막을 뚫은 것은 돈과 신앙뿐이라고.” (p316)

자연의 아름다움과 공포, 경외심까지. 이토록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곳이 또 있을까.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도 굴복하지 않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영속성을 상상해본다.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에 해당하는 누란은 서역을 지배하고자 하는 야심가들의 시선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누란 왕국, 현대에 와서는 중국의 핵 실험으로 위구르인들의 신성한 호수 르프노르가 메말랐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강제이주 당한 그 후예들이 머나 먼 서역 땅에 자리잡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투르판의 야스타나 고분에 발길 닿았을 때, 왜 이리도 서글픈지. 당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펼친 장수의 기상을 먼저 생각해야 할 텐데, 이성과 감성이 충돌한다.

바르투스 이 땅의 것을 베를린으로 옮긴다. (p165)

이데올로기가 바뀌면 앞 시대 이념의 산물은 철저하게 파괴돼 버려요.”(p240)

오아시스 도시의 운명은 참 기구하다. 한때는 막강했던 그 힘이 운명을 다 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찬란했던 과거로 인해 약탈의 대상이 된다. 탐험의 성과에 대한 욕심만이 가득하고 양심 같은 도덕은 없었던(p164) 악랄한 탐험가들의 손길은 오늘 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훼손된 석굴과 벽화만을 남겼다. 제국주의 탐험가들은 르코크와 베제클리크의 벽화를, 쿠차에 들이닥친 이슬람 문화는 쿰투라 석굴을 초토화시켰다. 무슬림이 지배한 호탄에는 불교건축물이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것이 정녕 옳은 인인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저 아쉬운 일이라며 한탄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야속해진다.

<총평>

가는 곳마다 사막과 석굴만 나와 점점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 실크로드 답사를 직접 떠나봐야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중국 역사나 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좀 버겁지만 머리속에 담으려 하지 않고 이런 곳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기엔 괜찮다. 유튜브에 출간 라이브 강연이 업로드 되어있는데 오며 가며 들으면 책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실크로드 답사를 떠날 기회가 온다면 호텔이 된 카슈가르의 러시아 영사관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전권 / 유홍준

2. 실크로드의 악마들 / 피터 홉커크

3. 마지막 탐험가 / 스벤 헤딘

4. 돌아 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 브루노 바우만

5. 누란의 미녀 / 백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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