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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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일상을 사랑을 담아 쓰고 그렸습니다. 오래오래 가까이 두고 봐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p5)

 

 

엄마, 그 이름을 불러보면 참 다양한 감정이 든다. 어떨 때는 내가 주워 온 자식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무얼 하든 언제까지나 나를 응원해 줄 아군이라 믿는다. 마스다 미리의 일상 에세이 『엄마라는 여자』를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지는 건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은 국적을 막론하고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겠지. 시작하는 말에 엄마와 함께한 일상을 사랑을 담아 쓰고 그렸다는 작가의 심정이 뭔지 알 것 같아 이 책이 더 눈길이 간다.

 

촌스러운 꽃무늬 패션, 모아두면 다 고만고만한 스타일의 옷, 어디 TV에 나왔다 하면 결과물은 달라도 일단 따라 해보고, 별것 아닌 것에도 미친 듯이 폭소한다. 넉살도 좋은지 동네 아줌마들과 음식도 나눠 먹고 길거리에서 ‘저거’로 통용된 아줌마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남의 집 화단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다 큰 딸도 아직 한없이 어려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가슴 아린 과거를 품고 사는 가수 뺨치는 멋진 노래꾼. 중간중간 만화가 삽입되어 있어 짧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벌써 작가님의 어머니가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봤을 것 같은 흔한 동네 아줌마. 그래서 더 정감 가나 보다. 막연히 작가님의 재능이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은데 또 그건 아닌 거 같고. 개인적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생각하며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님의 재능이 참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며 소소하게 공감했지만, 작가님의 엄마와 우리 엄마가 참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마다 성격도 다 다르고 작가님 나이 마흔 살에 쓴 책이니 아직 이십 대 딸을 둔 우리 엄마와 다른 건 너무도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신기하달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꽃무늬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우리 엄마는 참 세련됐다. 도시락은 사주고 (ㅋㅋㅋ)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연락은커녕 답장도 잘 안 한다. 성격은 또 어찌나 불같은지, 싫어하는 사람 앞에선 절대로 표정 관리가 안 돼서 오히려 내가 타박할 정도다. 손재주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여행은 국내고 해외고 다 좋아한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에 혼자 떨어져도 분명 잘 살 거다. 그리고 또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엄마를 딱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기에 돌입했다. 엄마가 하는 일쯤 어른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성년이 되고는 내 미래가 엄마의 삶보다 훌륭할 거라고 내심 으스댔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된 지금의 나.

 

엄마가 간단히 해내시던 일이 간단히 되지 않는다. (p156)

 

 

책의 맺는말, 이 문장이 왜 이리도 가슴에 왜 닿는지. 엄마는 내 나이 때 결혼해 나를 낳았을 텐데 나는 아직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다. 이제는 엄마가 만능이 아님을,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닌 걸 잘 알지만, 엄마는 쉽게 했던 일들이 내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엄마만큼 잘살 수 있을까? 아직 어른이 되기에 나는 한없이 어린 것 같다.

 

 

참 가슴 따뜻해지는 에세이다.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엄마와 나는 어떤 추억을 공유하고 살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집 화단에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관심이 많아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꽃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 오늘은 엄마한테 꽃 한 송이를 선물해야겠다.

 

 

엄마와의 추억, ‘잘 기억하시네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면 내가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애쓴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 너머에는 아낌없이 쏟아졌을 엄마의 사랑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해도 내 맘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p157)

 

 

별것 아닌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모아두고 보면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 추억이 된다. 마스다 작가님처럼 나도 무심코 놓쳤던 엄마와의 시간을 애써 떠올려본다. 너무 사소해서 무신경했던 엄마의 사랑이 지금, 이 순간에는 참 애틋하게 다가온다. 부디 한 시간 후에도 이 마음 변치 않기를......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읽기 좋은 에세이다. 뭉클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지만 괜히 글이 어색하게 느껴져 격조사 높임 표현은 무시하고 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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