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19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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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을 쓰기 전에 그는 포근한 우리 속에 잠든 한 마리 양이었다. 하지만 그 우리에서 쫓겨나면서신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를 쫓아낸 자들이 싸움을 걸었고, 그것에 응전한 방식이 곧신곡집필이었다. (p45)

 

단테야 말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간 인물이 아닐까. 언제나 믿고 보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19번째 주인공은 너무도 유명한 명저신곡의 주인공 단테를 박상진 교수와 함께 추적한다. 평탄한 엘리트의 길을 걸었던 단테의 인생에 망명은 좌절로부터의 싸움이었지만 불후의 명작을 집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귀동냥으로 알고 있던 단테에 관한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니 단테라는 사람의 인생 희로애락을 함께 한 기분이 든다. 단순히 신곡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단테는 매우 박학다식한 지식인이자 정치인이었다. 고작 두 번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해 천국의 안내자로 선택했다는 풍문과 달리, 단테에게 있어 숫자 2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해석해주자 그가 추구했던 이상향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문화권이 다르다보니 완성의 의미를 뜻하는 숫자가 그간 잘 와 닿지 않았었다.

 

그가 망명길에 올랐던 걸 알고는 있었지만, 왜 망명길에 올랐는지는 잘 몰랐다. 신곡을 일독했다보니 당연히 그가 매우 신실한 기독교인이라 생각했었지 이단으로 몰렸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자신의 반평생을 보낸 도시 피렌체를 떠나면서 우월한 고립을 실천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남은 원망과 미움을 글로써 승화시켰다. 자신을 내쫓은 정적을 지옥에 처넣고, 심지어 제 할아버지의 원수마저 지옥 불에 떨어뜨리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 글이 읽히니 얼마나 통쾌하고 멋진 복수인가. 단테 개인에게는 불행한 시절이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복수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럽다. 재기하기 위해 애쓰던 그의 노력은 끝끝내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의 일생은 참으로 찬란하게 빛났으리. 신곡의 작가로 단테가 아닌 인간 단테는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 그 명성은 배가 되었다. 그의 고뇌, 좌절, 고립조차도 멋져 보이니. 아무것도 모른 채 읽었던 신곡과 단테에 대한 지식을 쌓고나니 다시금 신곡이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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