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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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p101)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 보편적인 행동과 부자연스러운 행동의 차이는 어떻게 분별할까?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느끼는 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내린 판단에 관대하다는 것이다. 내가 결정한 이상 이 선택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이면에 의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의심이 불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매우 높은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말콤 글래드웰은타인의 해석을 통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저지르는 흔한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가 과신하는 우리의 판단은 실제로 틀릴 확률이 꽤 높다. 책에서는 실제로 범죄자를 직접 대면하는 판사와 인공지능의 판단을 비교해 정량화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범죄자의 재범률에 있어 판사보다 더 예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람인 이상 내가 상대하는 낯선 타인의 비언어적인 행동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사람의 표정, 어투, 시선,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그가 하고 있는 진술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해낸다. 이때 인간의 표정이 드라마 프렌즈처럼 감정과 직결되지 않는 점을 간과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정확히 알아본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분별하는 눈은 부족하다. 이는 전문가 집단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이는 그들의 판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거짓말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할 뿐이며, 이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무능한 것도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p131).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p217)

 

다시 말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이 진실을 말할 것이라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행동이 보편적인 사고에서 특별히 어긋나지 않다면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더라도 좋게 좋게 넘어간다. 이는 쿠바의 스파이 몬테스가 오랜 시간 미국방부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면서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는데 기인한다. 의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의심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선 꽤 많은 증거가 필요한 것뿐이다. 이에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가 활개를 칠 수 있었고, 풋볼코치의 소아성애 행위를 목격하고도 그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범으로 몰린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기묘한 사람이었고 이 때문에 무고가 밝혀지기 4년이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다. 우리는 사람들의 태도를 근거로 정직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p216). 사람의 표정을 해석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각 문화권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표정을 짓는다. 누군가에게는 화났다는 표정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내지 행복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해서 그 사람이 거짓을 말한다고 연관시킬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한 타인의 진심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나 자신조차 나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남을 함부로 판단한단 말인가? 서툰 판단은 언제나 비극을 불러온다. 타인을 한 없이 의심하며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적어도 내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한다. 잘못된 해석은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앤시니아처럼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사람은 초조하고 압박에 시달릴수록 판단력을 잃는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낯선 이를 대면했을 때 저지를 수 있는 착오를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어설픈 해석은 대참사를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셜록 홈즈가 아니라는 점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싶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 참 많이도 실수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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