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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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구빈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중에서 대단히 행운에 겨운 상황이라거나 부러움을 살 만한 처지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의 경우에는 그나마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p19).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인생 역작 올리버 트위스트고아원 소년의 여정이란 부제가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표현해준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1장에서 읽었던 위 문장을 읽으니 찰스 디킨스는 이 문구를 진심으로 쓴 걸까 아니면 풍자를 한 것인지 그 의중이 궁금해진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삶이 그나마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대체 그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처한 입장이라면 올리버보다 못한 상황에 처했던 다른 아이들은 얼마나 극한에 내몰렸을지.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의 어두운 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올리버 트위스트는 고아원에서 자라 가는 곳마다 핍박을 받는다. 아무것도 없는 소년을 등쳐먹으려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지, 읽는 내내 어른으로서 내가 다 올리버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건실하게 일하고 싶어도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오히려 범죄 집단에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사람들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삐뚤어지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올리버가 참 기특해 보이기도 했다. 다만 올리버가 좀 더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방법이 출생의 비밀로 해결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200여 년 전의 소설이다 보니 지금의 우리가 바라는 것과. 아니 어쩌면 나도 몰랐던 내 출생의 비밀로 이 지옥 같은 삶에서 구원받길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가공되지 않은 민낯 그대로 드러난 것일까. 6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지만 굉장히 흡입력 있게 술술 읽혔다. 중간 중간 삽입된 삽화는 책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빛이 있기 위해선 어둠이 존재한다. 하지만 굳이 그 어둠을 들추는 사람은 없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 사회의 빛과 어둠,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고작 한 사람의 일대기라고 표현하기엔 이 책의 가치를 너무 축약시키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19세기의 영국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시대상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참 세상사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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