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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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감정이나 일본의 우익이 공격하는 반일감정이 아니라, 일본의 내부 논리와 일본사회가 놓인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들의 인식을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유해보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적이다. (p17)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한 없이 먼 나라 일본, 유구한 한반도 역사상 침략을 하는 쪽보다는 당하는 약자의 위치였다 보니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그들의 태도가 참 이해되지 않았었다. 이영채, 한홍구 교수의 『한일 우익근대사 완전정복』은 왜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정체되었는지,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이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다른지에 대해 심층 분석한다. 솔직히 내가 일본을 이렇게까지 이해하려 노력해야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동아시아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p272)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기에 기꺼이 이 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를 마주했지만 지금껏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 내부를 들여다보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미화하고 영웅화하면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추도 방식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우리 역시 그 방식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야스쿠니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p72)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갈 때마다 국내외의 뉴스는 들썩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히틀러 같은 A급 전범들이 있는 곳이기에 거기에 참배하러 간다는 것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p52)라며 소리 높여 비난하지만 저자는 틀린 말은 아니나 이 역시 야스쿠니의 본질을 이해한 것은 아니라 말한다. 한일 그 누구도 야스쿠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스쿠니는 ‘국가’가 아닌 ‘천황’을 위해 죽은 이들을 합사해 둔 곳으로, 이들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무엇보다 강제징병으로 죽은 조선과 대만 출신군인들도 합사하여 일본의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일본은 제국주의 병사들을 차별하지 않았다(p60)는 논리에 힘을 싣는다. 야스쿠니에 합사되면 ‘원호금’을 받는데 이는 야스쿠니의 기이한 질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 된다. 합사 취소를 요구하려면 지금까지 받은 원호금을 돌려줘야 하니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1952년 일본 국적을 취소한 조선인들에게는 원호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일본 수상들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수상들이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하고 야스쿠니를 공식화해서 일본인들이 전전처럼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보수 세력의 노림수라고(p67) 지적한다. 야스쿠니는 유골도 회수하지 않은 군인들을 명부 하나만으로 국립묘지화 시킬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추도시설이다. 야스쿠니를 단순한 추도시설이라 말하기엔 여러 복잡한 이권이 얽혀있지만 이를 폐지하라 말하기에는 패전한 국가의 병사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추도해야 하는가?(p71)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자들을 어떻게 기려야 할 것인지, 야스쿠니 문제는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국가 속에 살고 있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p74)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갈등과 혐오가 필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한국과 공통점이 많은 덕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일본을 직시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연대해야 합니다. (p273)

이 책에서는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민감한 문제를 가감 없이 건드린다.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좁은 민족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점(p79), 재일조선인들의 정체성을 밝히라면서 이용하기만 했던 삼국의 정부, 목적, 과정, 동기 등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며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친일파의 사회진화론을 밑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p119) 등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혐오와 차별이 어디에 바탕을 두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서평을 자기반성적으로 쓰긴 했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결국 일본이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화’를 지향한다 말하면서도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는 일본 정부의 행태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그들은 왜 사죄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시했는지 시민운동의 실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한때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반일 종족주의자들의 과거 민낯을 낱낱이 밝힌다.『한일 우익근대사 완전정복』은 한일 양국이 서로 반목이 아닌 연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위해선 과거사 청산이 시급한데 그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과거사 청산은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해야 한다는(p143) 저자의 말이 아른거린다. 여전히 일본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비틀린 생각의 원천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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