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8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강원주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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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흑사관이라고 불리는 후리야기관에는 언제가 반드시 이런 괴이한 공포가 생겨날 것이라는 풍문이 있었다(p9).

 

일본 3대 기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은 읽으면 읽을수록 사건의 실체와 가까워지기는커녕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진다. 이 책의 저자 오구리 무시타로는 원고료와 인세를 받으면 책을 구입하는데 모두 사용해 생활이 궁핍했다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박학다식함은 흑사관 살인사건에서 그 지식을 양껏 뽐낸다. 덕분에 독자에게는 참 불친절하지만 그만큼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언젠가 정복하고 싶은 책으로 명성이 높다. 흑사관 살인사건을 읽기 전까진 그래도 추리소설 꽤나 읽어봤다 자부했는데 역시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후리야기 가문의 성관을 흑사관이라 부르는데 이는 그리 유쾌한 유래는 아니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넣은 성관과 닮았다하여 오명을 얻은 흑사관은 지어진 이래 기괴한 죽음을 연상시키는 변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p10)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두 건의 죽음 이후, 한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잠잠했던 흑사관에 가주 산테쓰가 자살했다는 비보가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트리아 출신의 제1바이올린주자 그레테 단네베르그가 살해된다. 40년 동안 본국을 떠나 흑사관에 머물면서 신출귀몰한 4인의 4중주단.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그들은 귀화하여 산테쓰에게 입적됐는데, 흑사관에서 일어난 비극의 원인은 결국 유산 때문일까? 또 다른 죽음을 예고하는 흑사관을 구하기 위해 명탐정이 파견된다.

 

사건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TMI를 줄줄이 읊는 명탐정 노리즈미 린타로, 훌륭한 지식인인 것은 잘 알겠지만 그의 현학적인 성향 때문에 괴로웠지만 또 쉽게쉽게 풀어주기 보다는 어렵게 어렵게 풀어주는 추리소설도 그만의 맛이 있으니. 괜히 3대기서로 손꼽히는 책이 아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언젠가는 꼭 정복해야 하는 책, 1회독으로는 간신히 글자만 읽은 수준이다 보니 더더욱 정복욕이 불사 오른다. 무슨 소린지 몰라도 일단 읽다보면 점점 오구리의 기괴함의 적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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