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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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하면 두 배로 갚아줘야지. (p55)”

 

사회생활을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못할 울분을 꾹꾹 참으며 부조리에 순응하며 산다. 거품 경제가 몰락한 후, 일본의 젊은이들은 누리지도 못한 윗대의 허물을 치우기 위해 힘겹게 살았다. 호황을 누린 거품 세대와 불황만을 누린 잃어버린 세대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 소설 이케이도 준 작가의한자와 나오키그 세 번째 이야기는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부제로 삼았다.

 

도쿄중앙은행 영업 2부 차장이었던 한자와 나오키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으로 좌천된다. 도쿄센트럴증권은 처음부터 증권에 입사한 증권파와 은행에서 파견된 은행파의 갈등이 극심한데, 모처럼 찾아온 대어 전뇌잡기집단M&A의뢰를 어이없게 날린다. 자회사의 기회를 모회사가 가로채는 사상초유의 사태에 의아함을 느낀 한자와 나오키는 정보통을 가동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분노한다. 한자와 나오키, 그는 이 비상식적인 상황에 그만의 방식으로 맞서 싸운다.

 

아니, 월급쟁이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활약하는 게 가장 행복하지. 회사가 크냐 작으냐는 관계없어. 지명도도 관계없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간판이 아니라 알맹이니까. (p281)”

 

도쿄중앙은행의 기이한 행보는 인사이동에도 이어진다. 전뇌잡기집단의 M&A를 날린 일등공신들이 영전해 증권영업부로 발령받는다. 이에 비주류인 증권파이자 잃어버린 세대인 모리야마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한다. 그는 특히 윗세대인 거품 세대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굉장히 편하게 취직하고, 아무런 특기도 없으면서 대기업에서 여유롭게 지낸다고(p191) 비난한다. 한자와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세대론이란 건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위쪽이 나쁘다고 화를 내봐야 자기 자신만 비참해진다며(p192) 그를 다독인다. 한자와는 일평생 자신의 신념을 위해 회사, 더 나아가 세상과 투쟁해왔다. 그는 어디에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비록 그 결과가 좌천일지라도 내실을 쌓았다.

 

한편 도쿄중앙은행은 시간외거래라는 초강수로 전뇌잡기집단의 M&A를 밀어붙이고 그 먹잇감이 된 도쿄스파이럴은 궁지에 몰렸지만 자문사인 다이요증권의 대처는 신통치 않다. 동창 관계인 도쿄스파이럴의 세나 요스케 사장과 모리야마의 인연으로 한자와의 도쿄센트럴증권는 전뇌잡기집단의 M&A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도쿄중앙은행이 상대하는 것은 도쿄센트럴증권이라는 회사가 아니라 한자와 나오키라는 한 남자가 아닐까?(p356)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한자와의 인맥과 정보력 그리고 분석력은 빛을 발한다.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지금부터 시작될 거야. 하지만 세상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비판만 해서는 안 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이 필요해(p449).”

 

소설 속 한자와는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불나방처럼 제 몸을 던져 불길 속에 뛰어든다. 그렇기에 그는 제 자신에게 항상 당당할 수 있었다. 참 존경스럽지만 한자와처럼 살겠냐 묻는다면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자와가 지적하듯 일은 고객을 위해 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위해 해야 하는데 그 대원칙을 잊어버리고 자기를 위해 일을 하면 소극적이고 비굴해(p450) 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옳은 건 옳다고 말하는 것(p450)이 어찌 말처럼 쉽겠는가? 그렇지만 모리야마는 한자와의 조언처럼 살기위해 도전한다. 불평불만만 했던 것을 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역습을 준비한다. 현실에서 이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설 속에서만큼은 세상을 바꾸는 나비효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불편하지만 답답한 일상에 시원한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한자와처럼 저돌적으로 살 순 없어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에서만큼은 정의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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