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니시나리 카츠히로 지음, 이진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과형 사람들이 수학을 멀리하기 위한 핑계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수학을 배워서 어디다 써먹어?”입니다.

 

이과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 믿는 전형적인 문과형 사람인 내게 수학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학과 과목에 국어와 영어, 사화만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과 달리 왜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나는 꿈나무들은 수학을 배워야하고, 나는 그들을 가르치는 멘토링을 한다.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중학교 수학 문제는 풀 수 있을 거라 믿는 아이들의 사악함에 매일같이 기가 죽은 내게 중학 수학을 6일 만에 정복할 수 있는 니시나리 가쓰히로의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중학 교과 과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책 인줄 알았는데, 실상은 우리 삶 속에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중학 수학 과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비슷한 듯하지만 아예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달 까. 1일차에는 왜 수학을 배우는가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데 수포자에게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더 넓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간편한 세상에, AI의 발달이 비약적인 기술을 보여주는 세상에, 더욱더 배움과 사고를 게을리하지 말고 뇌에 부하를 걸어야 한다니(p43), 이것이 꼭 수학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건가 수학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때문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내 목표는 왜 우리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중학 수학의 개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2일차로 넘어갔다.

 

이차방석이이야말로 중학교 수학의 정점이자 끝판왕(p54)

 

책 초반에는 대수에 관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룬다. 중학수학의 끝판왕인 이차방정식을 설명하기 위해선 일차방정식, 제곱근, 음수와 같은 개념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책을 읽다보면 수학이 논리적인 학문이라 말하는 것에 비해 소위 약속이라 정의하는 것이 너무 많아보였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전 세계에 수많은 수포자를 양성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건 바로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수학적 약속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부분은 논리로 풀어야하고, 어느 부분은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린 나이에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묶을 수 있는 덩어리로 식을 간편하게 만들고, 최종 값은 반칙인 계산기를 사용해도 좋다는, ? 무슨 수학자가 이래 싶은 발언은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했다. 공통항을 뽑아내는 인수분해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실력이라 그간 왜에 대한 물음이 결여됐었는데, 인수분해의 존재 의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6일의 절반을 온전히 대수를 이해하는데 할애했다. 대수가 튼튼한 토대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차에는 소위 함포자라는 용어도 만들만큼 수험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함수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방정식과 함수의 개념이 명확히 들어있지 않았는데 방정식은 대수, 함수는 해석에 속하기에(p148)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은 지금껏 둘을 혼동해왔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 방정식은 특정 조건으로 x를 푸는 것이며, 함수는 관계성 자체를 나타내지만 조건이 정해지면 방정식이 된다는(p149) 개념의 차이를 명확히 숙지했다. 뒤이어 삼각형과 원을 이해하는데 가장 직관적인 피타고라스를 통해 도형편이 이어졌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데만 해도 조합, 닮음, 원의 성질등 다양한 수학적 성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미적분까지 훑어보니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6일간의 중학 수학 정복 프로젝트는 실상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심화문제를 다루지 않고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개념 없이 심화 문제를 암기로만 푼다면 결국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수학적 문제풀이보다는 이 개념이 왜 이렇게 되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나는 산에 올라 거리를 재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뼛속까지 문과형 인간임을 다시 한번 인증 받았다. 훌륭하신 수학자분들이 이미 훌륭한 문명을 많이 남기셨으니, 저는 온전히 누리겠습니다. 다만 수학이 두려운 미래의 꿈나무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숙지해야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수학의 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