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순진 열린책들 세계문학 24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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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창조적인 예술가지만 수사관은 비평가일 뿐이지. (p14)

 

세계 3대 명탐정 반열에 당당히 오른 브라운 신부,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길버트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의 순진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12개의 단편을 엮어 만들었다.

 

그의 외모는 특별하지 않다. 키는 땅딸막하고 순진해보이나 그 내면에 숨겨진 예리함은 남다르다. 이 촌뜨기 신부는 파리의 경찰청장이자 유능한 수사관 발랑탱이 런던까지 힘겹게 쫓던 국제적인 괴도 플랑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플랑보의 행적이 얼마나 괴이한지 오죽하면 발랑탱이 범죄자를 창조적인 예술가라 말했겠는가! 훗날, 괴도 플랑보를 조수처럼 쓰며 그의 입에서 도저히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다고 앓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브라운 신부는 이미 범인을 특정했으니, 그의 뛰어난 추리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부유하고 안락하면서도 신이나 인간을 위해 아무런 결실도 내지 않고 하찮게 사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도둑놈과 부랑자는 회개를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감히 부탁드리건대, 제 영역을 침범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p85)

 

브라운 신부는 범인을 찾는 데 탁월하지만 그들을 실질적으로 단죄하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자들을 회개하게 만든다. 그가 괴도 플랑보를 격의 없이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성품에서 나온 것이다. 도둑놈과 부랑자, 그들은 세상의 법을 어겼다. 하지만, 회개는 진정 그들만의 몫인가? 부유함을 과시하는 데에만 혈안 된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괴상한 발소리>를 읽으며 브라운 신부가 추구하는 이상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범인을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고 스스로 회개할 기회를 주는 <신의 철퇴>는 브라운 신부와 범인이 생각하는 단죄와 신의 차이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잠재적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플랑보는 4명의 사람을 시켜 감시하게 했지만 비극을 피할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사람>편에서는 그 누구도 허투로 여기지 않는 신부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p135), 다른 이들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브라운 신부는 범인의 의도한 영리함도 간파했다. 범인은 잔악한 범죄자지만 한 사람을 모두가 무시하고도 알아차리지 조차 못했다는 데에 씁쓸함이 남는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들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인간의 악을 전혀 모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p33)

가톨릭 신부의 가장 큰 사명 중 하나는 고해성사다. 사람들이 지은 죄를 끊임없이 들어야한다. 고해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적인 비밀이다보니 얼마나 흉악한 범죄자들이 고해를 했을지 가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신부가 추리해서 잡아낸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 행각을 신부가 알아냈다는 것에 큰 놀라움을 보인다.

 

브라운 신부의 추리는 말 그대로 간결하다. 군데군데 보이는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의 실타래로 엮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즈리얼 가우의 명예>에서 백작의 죽음을 파헤칠 때, 사건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증거만으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운다. 짧은 찰나의 순간, 이미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 최선의 결론에 도달한다. 한때는 신출귀몰하다 이름 날렸던 플랑보도 감히 브라운 신부의 추리력은 발끝도 따라오지 못하는 걸 보면 내가 범인을 알아차리지 못하는게 꼭 나만의 멍청함이 아니라 안도가 된다. 사건을 복잡하게 보지 않고 내가 범인이라면?” 이란 가정 하에 사건을 바라보는 신부는 미남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최종포스 끝판왕의 포스를 보여준다.

 

우리는 진실을 찾으려는 것뿐이야. 무엇이 두려운가?”

그 진실을 찾는 것이 두렵습니다.” (p149)

 

셜록 홈즈, 에르퀼 푸아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의 명탐정 브라운 신부가 실재 인물을 모델로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작가 체스터턴의 친구 오코너 신부가 그 주인공. 어둠의 세계를 꿰고 있었던 오코너 신부가 체스터턴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졌는데 대체 신부님들은 고해실에서 어떤 일을 겪는 건지 궁금하다. 숨겨진 진실 찾기를 주저하지 않는 정의로운 탐정 브라운 신부,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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