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신들의 이기심에 의해 벌어졌다(p15).

 

극의 진행을 위해 멍청한 악인 한 둘이 필요한 건 알지만 수많은 영웅들을 죽음으로 내몬 파리스와 헬레네를 보자니 일리아스를 읽으며 느꼈던 분노가 다시 치올랐다. 이미 아내가 있음에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을 얻겠다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낙점한 파리스의 아둔함은 가슴을 치게 만든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더 애틋한 그들의 불륜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고 인간의 전쟁에 신들이 편을 나눠 싸워 그리스와 트로이는 걸출한 영웅들을 잃었다. 오디세우스의 계략으로 지지부진했던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로마 제국의 건국신화를 논하려면 트로이 전쟁부터 거슬러 올라가야하니, 전쟁에서 패한 트로이의 유민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이었던 로마의 선조였다.

 

그대에 의해 천년 왕국이 세워질 것이니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이겨나가길 바라네(p124).

 

아프로디테 여신과 다르다니다듸 왕자 안키세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시조로 트로이의 장수였으나 패전 후 유민들을 이끌고 신천지 라티움을 세우기 위해 향해한다. 아프로디테에게 앙심을 품은 헤라 여신의 방해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디도 여왕과 사랑에 빠져 잠시 꿈을 잃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은 결코 잊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저승에 간 아이네이아스의 모험담은 마치 단테의 신곡과 유사하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의 안내자로 베르길리우스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구나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라티움의 테베레 강에 도착한 아이네이아스는 그곳 라티누스 왕의 딸 라비니아와 결혼을 하려 하지만 시빌레의 예언처럼 강력한 반대자 투르누스와 또 다시 지독한 전쟁을 한다. 마침내 승리한 그는 트로이 유민과 라틴족을 결합시켜 새로운 나라 라비니움을 건설한다. 로마제국이 건설되기까지 그 이후로도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라비니움의 마지막 왕녀 레아의 아들 로물루스가 로마인과 사비니인을 결합해 로마를 세우고 퀴리누스 신이 되어 승천한다.

 

전체적으로 아이네이아스의 서사에 비해 로마제국이 건국되는 장은 휙휙 지나가서 좀 당황했지만 트로이 전쟁 이후, 그 유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 재밌었다. 21세기의 나도 이렇게 재밌는 때 그땐 오죽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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