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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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대한민국의 정치를 논하다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4개의 키워드로 한국 정치의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강원국 교수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숨이 턱턱 막혔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국제적으로는 높다고 말하지만 현실 정치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자면 일단 대통령제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부를 만큼 대통령 1인의 권력이 막대하다. 그 근거는 청와대 비서진의 수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각제와 달리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려면 내 사람을 곁에서 수족처럼 부려야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일단 대통령제를 강력하게 주장한 인물이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임시정부시절부터 유독 대통령에 집착했다. 우리나라에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도 결국 한민당과 이승만의 타협의 결과라니. 당시 이승만에게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보냈던 선조들을 탓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할 노릇이다. 그 이후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치며 대통령의 권한은 더욱더 막대해진다. 6월 민주항쟁으로 값지게 얻은 민주화 앞에서 거물급 지도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닌 자기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고 분산시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제왕적 대통령이지만 정작 선거에서 패배하고 레임덕에 걸리면 허수아비보다도 못한 신세라니. 역대 대통령 중 이러한 전천을 밟지 않은 자가 없다는 걸 미루어보면 분명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저자는 중임제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임기가 길어졌다 해도 결국 비슷한 상황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영호남을 대표로 하는 거물급 정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지역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한때는 시대를 호령했던 3김은 과거의 산물이 되었는데도 지역갈등과 이념을 이용하는 구대적인 정치는 여전하다. 3당 합당 이후 이어져 온 양당의 대립이 21세기에도 지속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기성 정치에 신물을 느낀 사람들이 정치를 업으로 삼는 정치인들에게 등을 올리고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약한 새롭고 참신한 인물들에게 환호한다. 저자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대중적 인기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을 경계한다. 과거와 현재 정치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도 그때는 확실한 리더십을 가진 정당의 총수가 있었다면 지금은 정치인들도 개인 활동에 더 열을 올린다.

 

현실 정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나라만의 정치 발전을 이룩해냈다. 지금은 대통령을 욕해도 잡아가지 않는 시대가 아닌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다. 저자는 점점 국가의 역할보다는 시민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p317) 이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불의에 투쟁하여 얻은 우리 민주주의가 한층 더 미래지향적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정치사를 한 눈에 보면서 참 많이도 분통이 터졌다. 우리는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을 우매한 민중이라 답답해하기보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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