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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읽는 손자병법 - 한 번 읽고 뜻을 알거든 두 번 읽고 세상 이치를 꿰뚫는다
노병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1월
평점 :

전쟁은 나라의 큰 일이다. (p31)
최고의 병법서로 이름 높은 손무의 손자병법, 그 명성에 비해 손자병법을 제대로 완독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두 번 읽는 손자병법』의 노병천 저자가 지적했듯 손자병법은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보통 사람들은 쉬이 책을 펼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리더들이 즐겨 읽었다는 평판은 도리어 손자병법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한 번 읽기도 어려운 손자병법을 약 40년의 긴 세월에 거쳐 무려 15,000번이나 읽은 저자가 정통적으로 해석한 이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풀이되어 있다. 그는 최소한 손자병법을 2회독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복할수록 처음 볼 때 느낄 수 없었던 손자병법의 깊은 뜻을 반복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전제로 한다. (p22)
손무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의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을 피하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반드시 이겨야했고, 손자병법은 이길 수 있는 모든 계책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손자병법에 대한 내용 해석으로 끝내지 않는다. 리더라면, 이 경구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조금 읽다보면 자기계발서 느낌도 나는데, 결국 이기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의 진수가 손자병법에 다 담겨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의 근원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일단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한다. 이것이 손자병법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승리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인의 뜻이 하늘에 닿아야 비로소 거머쥘 수 있다.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13편으로 구성된 손자병법의 첫 어구는 전쟁은 나라의 큰 일이(p31)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사여탈권과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일을 하면서 어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제1편을 내 나름 해석하자면 결국 ‘자기객관화’를 잘 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내가 덤빌 수 있는 상대인지, 어떻게 싸울지 내외부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말로만 앞서는 것이 아닌 진짜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는다. 자기객관화가 충분하고 언행일치가 되었을 때 어떻게 빠른 승리를 거머쥘 것인가 그 작전을 논하는 제2편의 내용이다. 손무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상대도 큰 타격을 입히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승리라 말한다. 그러므로 백 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 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p75)라는 어구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위기도 필요하다는 5편의 격언은 위기가 닥쳤을 때 너무 비관하지 않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할 때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경영자가 일부러 위기상황을 만들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 정도로 담이 크지 못해 위기란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려한다. 손자병법을 읽다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급의 논쟁이겠지만,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빠른 길이다(p162), 궁지에 몰린 사람을 너무 몰아가지 마라(p182), 등 정말 자주 들어봤을 법한 어구들이 많다. 사람을 귀히 여기고 그 무엇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은 13편 내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모든 부분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그 정보를 바르게 해석하는 능력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 역시 손자병법에 수록되어 있다.
어렵다는 편견과 달리 『두 번 읽는 손자병법』은 굉장히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한자로 통독할 실력은 되지 못하지만 최대한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석한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각 편마다 큐알코드를 삽입해 저자의 강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하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손자병법의 현장을 찾은 답사기를 읽어볼 수 있다. 손자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손자병법을 썼을지 상상해본다면 손자병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마 모든 자기계발서의 근원은 결국 손자병법일 것이다. 그렇기에 익숙한 내용이지만 왜 뻔한 내용들이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뻔 할수록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의 방향을 잃었을 때, 승리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지 못할 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