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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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언제나 승자에 의해 쓰인다. 그렇기에 계승서열 1위임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이유로 왕이 되지 못한 왕세자들은 어찌 보면 역사 속 패자라 봐도 무방하다. 마땅히 올라야 할 왕위에 오르지 못했기에 그들의 삶은 대부분 기구했다. 홍미숙 작가의비운의 왕세자들은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은 12명의 왕세자들을 다룬다.

 

조선에는 4명의 폐세자가 있다. 세자의 자리에 있었지만 폐위당해 그 자리에서 강제로 내려온 거니 그 말년이 좋을 리가 없다. 현비를 향한 지극한 애정에 눈이 멀어 왕세자가 된 의안대군 방석의 이야기를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아마 신덕왕후 강씨는 권력을 쥐는 것이 살아남는 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정처 소생의 장성한 아들들이 득세한 가운데 제 소생들이 살기 위해선 왕세자의 자리가 간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엇나간 사랑은 의안대군 방석을 조선 최초의 왕세자로 책봉되었지만 조선 최초로 폐세자가 되었고, 조선 최초로 살해된 왕세자가 되었다는(p32) 오명을 얻게 했다. 실상 폐세자 4인 중 천수를 누리고 간 것은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밖에 없으니, 태조의 아들 의안대군과 연산군의 아들 이황은 살해됐으며 광해군의 아들 이지는 자결로 생을 마친다.

 

권력의 비정함이랄까, 안타깝게 요절한 왕세자들의 사연도 제각기 원통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는 건 소현세자다. 지금도 그의 죽음에는 아비인 인조의 독살설이 흉흉하게 퍼질 정도니,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있다 귀향한 소현세자 부부에게 인조는 냉담했다. 인조의 독살설에 더 힘이 실리는 건 소현세자 사후, 그의 손주들을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소현세자의 아들인 원손이 책봉을 받는 것이 순리였지만 그는 왕위를 빼앗길까봐 손자들마저 귀양을 보내 죽게 만든 매정한 할아버지였다(p117). 새로운 조선을 꿈꿨던 이들에게 가장 아쉬움을 남게 하는 건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다. 할아버지 정조를 닮았던 그의 요절은 훗날 벌어질 조선의 참극을 생각한다면 아쉬울 따름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효명세자가 순리대로 왕위를 이어받았다면 이란 부질없는 가정을 한번 해본다.

 

폐세자 된 후 복위된 왕세자편은 일단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지 언정 자식과 손주는 잘 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묘에 가면 19명의 왕과 왕비를 모신 정전과 그 옆에는 정전에 들어가지 못한 왕과 왕비를 모신 영녕전이 있는데 정전에 모셔진 왕들은 대부분 제 자손이 대를 이었고 그렇지 못한 왕들은 그 후손이 왕위를 잇지 못했단 공통점이 있다. 물론 영조의 만행으로 폐위된 사도세자의 경우 제 아들인 정조의 손으로 복위되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제 자리를 찾았으니 조금은 덜 원통하리.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왕세자들은 역사 속에서는 패자일지 몰라도 현대에 와서는 참 인기 있는 소재들인가 보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와 영화가 즐비하니 말이다. 희극보다 비극이 더 눈길이 가는 걸까. 이렇게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세자들만 놓고 보니 정말 그들의 기구함이 더 구구절절하게 와 닿는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들의 원통함을 어찌 풀 수 있을까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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