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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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가, 틀린가, 아니면 마음에 드는가, 들지 않는가. 이것이 판단 기준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인만큼 늘 적도 많았지만, 그에게 감화되거나 매료된 사람들 또한 많았다. (p91)

 

입만 열면 독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도 주저하지 않은 꼬장꼬장한 휠체어 탐정이 나타났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하반신 불수의 몸이 되었지만 그 성격만은 여전한, 고즈키 겐타로와 요양보호사 미치코의 콤비는 자칫 해결하지 못할 뻔만 사건들을 척척 해결해낸다. 입으로는 미운 소리를 해도 맨 몸으로 시작해 자산가가 된 겐타로와 까다롭기 그지없는 환자임에도 겐타로의 매력을 꿰뚫어보는 미치코.

 

일평생 직선을 걸었던 겐타로에게 부당한 이익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보일까. 5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안녕, 드뷔시 전주곡은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안녕, 드뷔시의 스핀오프로 작품 내 설명됐던 괄괄한 겐타로가 현실에서는 어땠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아끼는 부하가 죽고, 고령의 노인들이 괴한에 의해 공격받기도 하고, 은행 강도도 만난다. 평생의 라이벌을 먼저 떠나보내며 그 죽음을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없음을 비통해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지녔지만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점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비범함에 독자는 감탄하게 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작품에서 범인을 추리하겠다고 덤비는 건, 나의 돌머리를 인증하는 것일 뿐. 다만 작품을 읽으면서 겐타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결코 악하지 않다는 걸. 사람을 색안경 끼고 보지 않고 언제나 가능성을 우선으로 본다. 우락부락한 청년들이 겐타로를 구하러 오는 장면은 도대체 젊었을 때 그가 얼마나 괄괄했는지, 어떻게 그들을 굴복(?)시켰는지 그 무용담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휠체어 탐정과 네 개의 서명편이 그 비밀의 실마리를 조금 보여주는 게 아닐까.

 

경쟁 심리를 자극하지 말라. 차별적인 분위기를 조장하지 말라, 핵심은 추한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 아닌가! 어디에서 살든 세상은 매일이 경쟁의 연속이야!” (p204)

 

참 맞는 말인데 듣는 사람 짜증나게 말하는 재주가 특출 난 겐타로 할아버지. 그가 매력적인 건 단순히 말만 앞서는 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직접 행동으로 보인다.

 

다만 순하기 그지없는 미사키 요스케가 아닌 미코시바 레이지와 만난다면 그는 어떤 조언을 할까? 겐타로 할아버지와 미코시바 레이지의 콤비를 보지 못해 좀 서운해진다. 불과 불이 만났으니 제법 볼만할 텐데 말이다. 경찰을 믿지 못하고 혐오하는 건 두 사람이 비슷하지 않은가. 겐타로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미코시바 레이지가 어울릴까 아니면 한 판 붙는 그가 어울릴지는 다음 스핀오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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