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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한수운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싱클레어의 성장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부끄럽게도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첫 감상은 왜 이 책의 제목이 <데미안>인지 의문이 들었다. 중2병스러운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철 드는 성장기 아닌가. 싱클레어의 관점에서 책이 쓰였기에 데미안의 역할은 꽤 미미해보였다. 싱클레어의 약점을 데미안이 해결해 준 이후 데미안을 향한 싱클레어의 지독한 그리움이 시작된다. 몸과 마음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싱클레어와 데미안 사이에 존재한다. 데미안이 없을 때 싱클레어는 위태위태한 삶을 보낸다. 흔히 나쁜 일이라 일컫는 비행 청년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다. 그때 싱클레어의 변화를 이끈 건 ‘베아트리체’란 여인을 만나고부터다. 베아트리체와 긴밀한 감정을 나눈 사이는 아니다. 다만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 예술을 배운다. 베아트리체를 향한 욕망을 종이에 표현할수록 베아트리체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묘하게 데미안을 닮은 사람이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새로운 사람과 친교를 나눠도 데미안의 빈자리를 채울 순 없다.
“한 인도자가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습니다. 한 발짝도 혼자서 더딜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p196)

데미안의 학창 시절은 누군가를 향한 갈망으로 끝을 맺었다. 차마 데미안에게 보내지 못한 이 한 줄의 편지는, 싱클레어의 영혼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보여준다. 싱클레어의 삶은 데미안을 찾아 나서서 그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일평생 안식을 느끼지 못했던 싱클레어의 삶은 에바부인을 만남으로서 안정적으로 변한다. 그렇지만 그 순간조차도 싱클레어는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이 행복이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불행의 늪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전쟁의 한복판에 보내진 젊은 청년들은 생과 사를 넘나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데미안을 생각한 싱클레어는 끝까지 그를 그리워한다. 데미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열린 결말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더 이상 싱클레어가 이전처럼 지극히 데미안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어떤 존재일지, 싱클레어가 곧 데미안이고, 데미안이 곧 싱클레어인가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달을 수록 혼란스럽다. 여러 방면으로 결말을 해석할 수 있기에 데미안이 오랜 시간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거겠지.
책 중간 중간 삽입된 삽화는 소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헤르만 헤세의 그림은 그가 어떤 풍광을 바라보며 이 작품을 그렸을지 상상해보게 된다. 싱클레어는 성장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어린 날의 싱클레어를 그리워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