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사
정란기 지음 / 본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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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세계적인 권위의 베니스 영화제다. 그동안 단순히 유명한 영화제 정도로 인식했던 베니스 영화제가 실은 무솔리니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작됐다는 건 납득가능하면서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정란기 저의 <이탈리아 영화사>는 직접적인 내용 전달이 불가능했던 무성영화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 영화의 역사를 나열한다. 2019년 현재, 이탈리아 영화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진 못한다. 하지만 한때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영화를 선두 했으며 어떤 장르의 영화가 그 시대를 대표했는지 영화사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정열적인 여배우를 필두로 흥행했던 무성 영화시대, 1905년 이후 10년은 이탈리아 무성영화 전체의 3분의 2가 제작되었을 정도로 영화산업의 황금기였다(p12). 하지만 정치적 선전이 목적이 된 파시즘 체제하에 영화 감독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았다. 파시즘이 몰락한 후 이탈리아 영화사를 대표하는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가 흥행하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이탈리아 영화의 정체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p39). 다만 흥행성적이 좋지 않으며 대내적으로 추앙받지 않는 한계를 가진다. 자전거 도둑, 밀라노의 기적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한 자바티니는 네오리얼리즘에 대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허구보다는 사실을, 고상한 영웅보다는 평범한 사람을, 낭만적인 환상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았다(p47).

 

네오리얼리즘 이후 작가 영화, 감독 영화 등 새로운 영화 기법이 도입되었으나 1970년대 텔레비전의 도입과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 영화의 흥행으로 이탈리아 영화는 침체기를 맞는다. 저자는 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여정을 만들어 냈던 무성영화와 고전영화, 그리고 감도구영화의 시대들이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그 생명력이 종식되었을지라도 현대 영화를 이어주는 밑걸음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p72) 강조한다.

 

이 책의 1부는 시기별로 이탈리아 영화사를 탐구했으며 2부는 장르별로 나누어 영화사 전반의 흥망성쇠를 나눈다. 솔직히 현재는 이탈리아 영화의 영향력이 무색해진 만큼 이전에 코미디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애드거 엘런 포같은 인물이 없었던 만큼 호러 영화나 다른 분야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인 것도 눈에 띈다.

 

 

3부에서는 무려 108개나 되는 이탈리아 영화의 대표작을 소개하는데 1부와 2부에 소개한 영화들이 언급되어 있다. 너무 오래 전 영화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만큼 수상 내역만 봐도 휘양 찬란하다.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이탈리아 영화가 어떤 장르를 개척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이 이후 딱히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친 영화가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탈리아 영화는 영화산업에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바탕으로 걸출한 감독들을 배출했으며 베니스 영화제의 개최국이다. 한때는 장르 영화를 선도했던 국가였던 만큼 현재 쇠락의 길을 걷는 이탈리아의 영화계를 떠올리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타국에서 자국의 영화사를 분석한다는 걸 떠올리며 조금은 획일화 된 현대 영화사에 예술성이 짙은 또 다른 길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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