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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그대는 언제까지 그렇게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아갈 것인가!(p200).”
스승님이 내게 나는 본디 부처라며, 부처가 아닌 체 하지 말라한다면, 난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저는 부처가 아니며 부처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라고 일축하지 않을까.
인도, 여행자들에게는 언젠가는 꼭 한번은 떠나고 싶은 나라다. 아직까지는 치안과 위생 문제로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만 가슴에 품은 열정까지 숨길 수는 없는 곳이다. 류시화 시인의 인도 여행기라니,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나름 프로 여행러로서 여행이 생각처럼 장밋빛만 있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여행, 그중에서 배낭여행이란 말 그대로 자처해서 떠난 고행길이 아닌가. 그런데 <지구별 여행자>는 내가 상상했던 고행기 이상이라 놀랐다.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순화해서 시인의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했을 뿐, 류시화 시인이 책 말미에 언급한 미화의 인상은 느낄 수 없었다. 언어가 아름답다고 하여 그 속에 담긴 현실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가슴 아프게 느꼈다.
이 글의 서두에 나는 부처가 아니며 부처가 될 생각도 없다며 명시했다. 애당초 성인이 될 생각도 없거니와 신을 빙자한 인도 사람들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기 때문이다. ‘서비스’라는 개념이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한 근대 문명에 뒤쳐진 날 것 그대로의 나라. 하지만 사기 치는 솜씨만큼은 일품이다. 나는 류시화 시인처럼 넉넉하지 못한 인품이라 인도 사람들을 염치없이 만드는 시스템의 부재에 분노하면서도 먹고 살기위해 등쳐먹는 것을 정당화하는 그들의 삶의 태도에 신물이 났다. 부처일리도 없고, 부처인적도 없고, 부처가 되고 싶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에게 언제고 떠나고 싶었던 로망의 나라였던 인도의 단꿈을 와장창 깨지게 했다.
상식 너머의 도시, 인도에서의 깨달음
내가 느낀 <지구별 여행자>의 감상은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류시화 시인이 어떻게 사기를 당했는지, 인도에서 사기당할 수 있는 방법을 나열한 것 같았다. 우리의 근대적인 사고관으로는 분명 상식은 넘는 곳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도 깨달음을 찾는다. 엉망인 방에서도 마음가짐의 문제를 돌아보고 조급했던 성격으로 노인의 말을 막아섰지만 그것이 어쩌면 오만이었음을 느낀다. 여행자에게 호의보다는 어떻게 하면 뜯어먹을 까 고민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 같으면서도 저자는 하루 벌어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투쟁을 본다. 책을 위해 어쩌면 조금은 자극적인 이야기만 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홀로 있는 여행자에게 온갖 방법으로 돈을 징수하는 방법을 보면, 말 통하는 류시화 시인도 저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아찔해진다.
어딘가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나라 인도, 혹자들은 그곳이 질서가 없다고 말하지만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를 운영하게 만드는 질서의 미를 찾는다. 대단하면서도 인도라는 나라가 조금은 버겁게 느껴진다. 얼마나 수행을 해야 인도에서의 여행이 즐거울 수 있을까. 지금의 나에게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하지만 인도에서 펼쳐지는 다이나믹한 여행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기라기보다는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려는 내게 불현 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정말 옳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