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소송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8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제헌 옮김 / 별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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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이 요제프 K를 밀고한 것이 분명하다.

 

이보다 더 뇌리에 깊게 새겨질 문장이 얼마나 있을까. 너무도 유명한 프란츠 카프가의 <소송>의 첫 문장이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인공 요제프 K는 어느 날 갑자기 소송을 당한다. 소송을 당했지만 왜 당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엄청나게 큰 죄인으로 사람들은 K를 배척하지만 정작 를 묻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정신인 사람은 만나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돈된 법원에서 제대로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뭐 이리 막무가내인가 싶을 만큼 주먹구구식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놀랍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감이다. 마음을 활짝 열고 귀 기울이는 소통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제발 동문서답이나 안했으면 좋겠다는 답답함과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라는 독자의 순진함은 소설이 그 끝을 달려가면서 와장창 깨진다. 도대체 이런 근본 없는 법원은 어느 나라란 말인가.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게 말이 되는 가 혀를 내두르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그 당시의 사회상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도 공권력은 불가침의 영역에 속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살았던 그 시기, 지금보다 더 권위적이면 권위적이었지 친절하진 않았을 테다. 인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 또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소송은 무려 400페이지에 달하는 고구마를 남기고 끝을 맺는다.

 

반면 100페이지 남짓은 변신은 짧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다. 어느 날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벌레가 되었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벌레라는 게 꼭 생물학적인 벌레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지만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벌레만도 못한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세상에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자신조차 어쩔 줄 모르는 그런 가련한 이들에게 최선은 그레고르의 최후가 정녕 최선일지, 고민해본다.

 

, 이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해야겠군(p94).”

 

과연 이 말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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