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 지옥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6
유메노 큐사쿠 지음, 이현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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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적인 추리소설의 진수, 유메노 규사쿠를 엿보다

 

한창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에 빠져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조금은 전형적이었다. 일단 탐정이 등장해야 한다. 세상 어려운 사건을 짜잔하고 해결해 주는 멋진 탐정, 지금도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고 추리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다. 유메노 규사쿠의 이야기는 단편으로 아주 짧게 만나봤었는데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는 멋진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인간의 추악함을 극한으로 드러내는, 내면이 발가벗겨지는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믿고 보는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 그 여섯 번째 걸작은 유메노 규사쿠의 <유리병 속 지옥>으로 총 12편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선정될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리병 속 지옥은 몇 페이지 안 되지만 첫 문단을 읽으면서부터 기괴하다. 왜 굳이 구출선을 눈앞에 두고 기뻐하기 보다는 절벽으로 몸을 던지려 하는가? 흔한 추리소설 덕후답게 온갖 가정을 했지만 나의 추리는 역시나이다. 짧은 내용이지만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그의 파괴적이면서도 사회 도전적인 삐뚤어짐은 더 이상 말해 무엇 하랴. 그의 작품 속에는 온갖 인간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소설의 매력이고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함이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항상 침착하고 담담하다.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말 한다.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받을 수 없는 자신을 말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아니 자괴감에 빠진지도 모르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정신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정신병자같지 않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통찰력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게 만드는 기괴함을 풍긴다.

 

전 세계의 인간이여, 모두 허위 성서를 버리고 이 진정한 외도 기도서를 품어라. 우리는 악마도의 그리스도가 되리라. 약한 자. 빈곤한 자. 슬픈 자는 모두 나를 따르라(p414).

 

악마의 성서 속 이 문장,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만큼 유메노 규사쿠가 독자에게 던지고 싶은 말을 요약한 문장이 아닐까. 이것이 진정 추리 소설이라고. 자신을 따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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