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시작의 역사 -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하여
위르겐 카우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인간의 ‘처음’을 파헤치다!
인간은 이 땅위에 많은 ‘시작’을 남겼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되었고 후세에 이르러서는 그 시작이 언제부터, 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수수깨끼를 풀고 자 많은 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위르겐 카우베의 <모든 시작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직립보행, 언어, 종교, 문자, 돈, 일부일처제 등 무려 16가지의 주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내용에 TMI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긴 했는데 공감 100배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이것이 원인이라고 규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가설이 난무하기에 많은 것을 소개하고 싶었던 저자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솔직히 이 책을 상당히 지루하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그동안 세상 만물의 원인을 몇 가지로 한정시켜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바랐다는 걸,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이전의 가설을 반박하고 새로운 가설을 확인하고 의심하고. 이렇게 복잡하고 머리 아프며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흡수해야 하는 교양서를 멀리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모든 시작의 역사>는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통념을 반박한다. 우리가 결과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던 널리 알려진 인간의 시초를 관점을 뒤바꾸어 생각하게 만든다.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택했으며, 물물교환이 발전하여 돈의 기원이 되었고, 말하기는 의사소통의 목적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들을 전면 부정한다.
시작들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언제나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는 사실도 우리는 배울 수 있다. 그 어떤 문명적 업적도 단 한 가지 매커니즘이나 단 한 가지 원인 덕에 생겨나지 않았다(p372).
이것이야 말로 이 책에 서술 된 16가지 주제들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궁극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시작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그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는 걸 이 책의 수록된 모든 것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쉬운 책은 아니다. 사실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이 사실일까? 그동안 내가 막연하게 생각해온 통념과는 다르게 말하니 의심도 들었다. 내 지식이 얕기 때문에 팩트 체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수 백 페이지의 벽돌책보다도 더 벽돌 같은 위압감을 받았다. 상식이 풍부해지고 머리 아프게 생각하는 걸 도전해 보고 싶은 지성인이라면 두 말이 필요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