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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평점 :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그 이후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의 흐름은 당연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주요하게 자리 잡았다. 국적을 초월해 서로가 긴밀하게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닥친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직격적인 타격을 맞았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가 가진 한계를 직감하였다.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대작 <붕괴>의 저자 애덤 투즈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과정에서 각 대륙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스릴넘치게 서술한다. 딱 보기에는 재미없을 것 같은 경제서적이지만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가진 자들의 탐욕에 분노하고 그 역풍을 감당해야 하는 힘없는 일반 국민들에 동정을 표하지만 그들 역시 스케일만 작을 뿐 결국 세상에 닥친 모든 위기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소리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해둔다.
세계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유 시장 경제라는 허황된 환상을 깨닫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명칭보다는 자국 우선을 정치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자유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에 날선 비판을 보내는 자들도 위기에 닥쳤을 때 시장의 자유보다는 강력하게 통제가 가능한 정부를 원한다. 2015년 중국의 금융 위기 앞에서 그동안 세계가 주창해온 흐름에 역행하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안도하는 모순적인 면모를 보인다.
일국의 국가 원수, 정치 지도자들을 향한 심판이 자국민이 아닌 타국의 정치 결단에 의해 행해지고 그 원인은 결국 돈이다. 이 책에서 한국도 종종 언급이 되는데 아무래도 한국 독자다보니 그쪽에 눈길이 간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묻는다. IMF 이후 금융위기를 대비했고 충분한 외화고를 보유했다 여겼던 한국에게 2008년은 어떠했으며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지? 지정학적으로 바라본 한국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붕괴>에 등장하는 대륙, 국가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디를 말한다고 콕 찝어 말할 수가 없다. 미국의 위기는 미국만의 위기가 아니기에 지금의 세계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