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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문의 비극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쇼와시대 추리소설의 대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추리소설 덕후라면 일본의 거장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4명의 작가가 쓴 6개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어느 가문의 비극>은 이 책의 대표작이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은 억지 자백이 당연했던 시대, 이성적인 증거주의자 가가미 게이스케 과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돈은 많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했던 고헤이 다카기가 의문사를 당한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 있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파헤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쾌락을 느끼는 고헤이의 평소 성향, 경찰 머리 위에서 노는 단바 노보루의 계략에 수사는 잠시 혼선을 빗기도 하지만 노력형 경찰 가가미는 끝내 범인을 찾아낸다.
“특권과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안일과 나태의 음탕함을 다 하던 오랜 세월이 이렇게 무서운 유혈 사건을 낳아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다카기 일족과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낸 근본적 원인이 되었지요.(p437)”
사건을 알면 알수록 다카기 가문의 잔인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다카기 가문은 소설 속 허구로 존재하지만 분명 그 시대에 실존했던 가문들을 모티브 삼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어느 가문의 비극 이전에 수록 된 5편의 단편은 금방금방 읽을 수 있지만 작가마다 보여주는 색채가 다양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쫓는 게 미스터리의 전부가 아님을, 색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들의 묘미를 만나볼 수 있다.
미스터리를 읽을 때면 원한 사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너무 뛰어난 과학자는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자도 느끼고 작가도 느끼는 오묘함은 결국 사건 해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작가마다 전개하는 방식도 다르며 소재도, 사건도 정말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번엔 또 어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어느 가문의 비극>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일환으로 5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앞서 출간된 책들도 모두 찾아 읽어보고 싶다. 일본 추리 소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얻게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함께 1권부터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