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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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시대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내가 과거에 태어났다면? 그것도 조선시대에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팔자가 좋을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수록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에 음서와 천거 또는 부정행위를 통해 관직에 나아갈 수 있지만 사회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되었을 때는 금수저도 과거 시험 앞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를 읽고 나니 한정된 파이를 위해 고군분투한 양반들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과거 시험 수험기를 상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아동용으로 나와 어려운 단어도 없고 설명도 쉬우며 구성도 재밌어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천원짜리 지폐의 상징, 퇴계 이황과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 한음 이항복도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관문 과거시험! 수백년이 흐른 후에도 이름을 떨치는 인물들도 과거 시험 앞에서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학생이었단 점이 끝없는 수험 생활에 지친 내게 조금의 위안이 된다.

 

과거를 본다는 건 취미처럼 어? 이런 시험이 있는데 한번 봐볼까 가 아니다. 3대의 염원을 담아 집안을 대표하여 입신양명을 위해 나아가는 관문이다. 경쟁률이 무려 20001이라니! 현대의 수능,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가벼워 보일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유교를 공부하면서도 선비들은 온갖 미신에 시달려야 했다. 현대에는 시험에서 미끄러진다고 미역국이나 죽을 안 먹지만 조선시대에는 부러 험하기 그지없는 문경새재를 넘었다니. 과거 합격만을 위해 그 길을 걸었을 선비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숙연해진다.

 

그렇게 어렵게 과거에 올라 민생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관리들이 전념했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제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다. 고려부터 시작된 과거 제도, 인재를 뽑기 위해 오로지 실력을 우선시하여 실행한 제도를 악용한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지 과거의 원뜻은 참 좋으니 안타깝다.

 

내가 조선에서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다른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이 무조건 공자왈 맹자왈을 외우며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겠지. 헬조선이니 뭐니 해도 겉보기에는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은 혼란스럽다. 아무튼 과거 제도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왜 그 제도가 필요한지, 낱낱이 알아볼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역사에 남들보다는 더 많은 지식이 있다 자부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과거 시험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니... 역시 배움은 끝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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