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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평점 :
철없는 도련님의 사이다 일대기!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도련님은 교사로 재직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쓰야마는 도련님의 도시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나쓰세 소세키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책의 주인공인 도련님이 시골의 교사로 발령 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초임교사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시골에 와서 겪는 좌충우돌 사회생활 적응기를 보여준다. 도련님은 끊임없이 실수도 하고 괄괄한 성품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지만 적어도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은 아닌 순수함에 독자들의 응원을 받는다.
소설 속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정직한 사람은 뭇 사람의 공격을 받으며, 최종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신의 안위를 우선으로 한다. 그 와중에 권력자 앞에서 알랑방귀를 뀌는 사람,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속은 시컴해 보이는 사람 등 옆에 두면 정말 피곤할 것 같은 사람들 틈에서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렇다고 주인공인 도련님이 마냥 착하지만 한 건 아니다. 다혈질이며 정의감에 차올라 흔히 말하는 낄낄빠빠를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의 의도가 불순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 무엇이든 도련님편이 이겼으면 좋겠다. 조금은 철없어 보이지만 도련님 바라기 기요 할멈 덕에 그 성향을 조금은 억누를 수 있다.
이미 형성된 집단 안에서 새로운 인물이 휘젓고 다니며 할 수 있는 건 극히 드물다. 도련님도 어쩌면 더럽고 치사해도 버티면서 사는 삶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진실한 성품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을 무시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걸 한다. 자신이 화살을 피해갔다고 해서 그 자체로 안심하지 않는다.
어쩌면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 거침없이 행동할 수도 있었겠지만 속물들만 가득한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 상식을 깨는 그의 행보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더 인상깊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마쓰야마를 가보진 못했지만 나쓰메 소세키는 그곳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봇짱열차를 타고 온천을 다니는 도련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처럼 세상에 사이다를 선사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두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란 칭송이 결코 허황되지 않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