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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단편선 -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미숙.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19년 4월
평점 :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작가,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더위에도 지지 않는 미야자와 겐지, 문학을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어 했던 그의 꿈은 현실의 벽에 무너졌지만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역작 은하철도의 밤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국내에 미야자와 겐지의 책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난해한 어조에 읽는데 애를 먹는데 하다출판사에서 나온 <미야자와 겐지 단편선>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이 되어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은하철도의 밤과 비에도 지지 않고 외에는 그의 작품을 알지 못했는데 단편선으로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문학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널리 알려진 은하철도의 밤, 캄파넬라와 조반니의 우주여행은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 참 조마조마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다움을 느낄 수 있어 언제 읽어도 신선하다. 처음 읽을 땐 무슨 내용인가 갸우뚱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이라는 깨달음이 몰려온다.
그의 단편선을 읽고 나니 신기루,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신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표작 은하철도의 밤과 신비한 전학생을 담은 바람의 아들, 마타사부로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남아있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을 통해 사람을 말하지만 그의 작품은 귀여운 면도 있다. 바로 고양이 사무소. 이게 정녕 고양이들의 이야기란 말인가. 인간 세상의 치열함이 고양이 세계에 펼쳐지면 어떨까. 그 답을 귀엽게 풀어냈다. 사람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진부하니 고양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람들의 즐거움만을 생각한 작가. 그의 뜻은 생전에 이뤄지지 못했지만 후세에 길이남아 그들의 즐거움이 된다. 사실 즐거움이란 단어를 쓰기에는 그의 작품들은 조금 오묘하고 무겁지만. 행복한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작가를 기억하고 싶기에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하늘 어딘가에 은하철도가 달릴까 상상해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조금은 아웃사이더랄까. 어쩌면 그 주인공들이 미야자와 겐지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