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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
캐스린 하쿠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비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직접 읽어보진 않았어도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전이다. 사실 나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괴짜 과학자가 생명의 창조주가 되어 탐해선 안 될 힘을 탐낸 대가를 톡톡히 치러 파멸에 이르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급진적으로 발달하는 과학 기술에 사람들은 환호하면서도 심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의 한계를 알 수 없으니 그 두려움을 담은 소설로 과학 소설의 시초가 된다, 정도는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학교 육을 받은 과학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던 메리 셸리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소설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의문점을 품지 않았다.
<괴물의 탄생>의 저자 캐스린 하쿠프는 철저하게 메리 셸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그녀의 일기를 기반으로 그녀의 일생이 어떠했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이런 내용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지식인이었던 아버지 고드윈과 비록 메리를 낳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지만 당대의 신여성이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자연스럽게 학구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다양했고, 고드윈은 자신이 쓴 책을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읽히며 자연스럽게 토론의 장을 열었다. 어린 나이부터 책을 즐겨 읽었으며 다양한 지식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그녀의 유년시절은 불행했지만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 영감을 준다. 그녀의 일생을 바꿔놓은 과학 소년 퍼시 셸리와의 만남은 메리의 일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된다. 집을 떠나고, 그와 함께 유럽을 여행하면서 닿은 곳곳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된다. 당대의 지식인들을 만나 토론을 하며 그녀의 문학적 소양은 점점 커진다. 남편이었던 퍼시 셸리와의 대화는 서로를 성장시키며 그녀의 과학적 지식의 보고가 된다.
그녀가 살던 19세기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쏟아져 나오던 시대였다. 과학자들은 그 비밀을 파헤치려고(당시에는 과학자라는 단어가 없었다지만)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했고 전기와 천둥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영국에서 무엇보다도 성행했던 건 시체 해부학이었는데 시체 해부를 위해 시체를 구하고자 했던 의사들의 열정(?)는 참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시체를 구하기 위해 공공연하게 성행되던 일들을 그 누구보다도 사회적 이슈에 민감해야 했던 메리는 잘 알았을 것이며 의학적 지식 또한 어린 시절의 인연을 통해 쌓을 수 있었다. 이렇게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는 메리 그녀의 유년시절에 겪은 환경부터 후에 만난 사람들과 사회적 현상까지. 그녀의 천재적 재능까지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과학적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당시에 사람들이 열광했을 법한 화학 혁명이라던지, 전기 실험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금의 우리는 결과물만 보지만, 그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 거친 수많은 시행착오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매일매일 새로운 이슈거리였을 것이다. 메리는 이를 보고 느끼며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냈다.
책은 상당히 자세하게 당시의 시대상이 담겨있다. 그 시대 사람들이 가진 흥밋거리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메리는 어떤 영감을 얻었을지.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과정 전체를 하나하나 엮었다. 이 책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은 어찌저찌해서 짠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메리는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사회에 귀 기울였고 당대 최신 유행에 민감했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그녀에게 부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그렇지만 작가로서 그녀는 세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고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당연하지 않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장 먼저든 생각은, 프랑켄슈타인의 대략적인 내용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을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메리가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과정을 얼마나 공들여 쓴지를 알 수 없으니 이 책의 위대함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걸, 얼마나 많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그녀가 이 소설을 썼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메리 셸리의 일생과 그녀의 모든 것을 <괴물의 탄생>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요즘은 AI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데 이 책을 본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참 비슷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 재밌었다. 현대의 프랑켄슈타인은 무엇일까 상상해보며 읽는 다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