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국인의 삶
서영해 지음, 김성혜 옮김, 장석흥 / 역사공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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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외친 조선독립의 꿈

 

임시정부의 김구, 미국을 무대로 활동한 이승만등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을 꿈꾼 거장들의 (이승만을 같은 급으로 둬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 조국을 떠나 일제의 부당함을 설파하던 독립 운동가들의 노고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굵직한 인사들의 유명세와 달리 <어느 한국인의 삶>의 저자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일평생 조국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 먼 땅에서 조선을 알린 그는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왜 그랬을까를 논하기 전에 이제라도 훌륭한 분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느 한국인의 삶>은 프랑스인들에게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조선이 처한 현실을 박선초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소설로 풀어쓴 책이다. 그의 첫 작품임에도 유려한 프랑스어로 쓰인 이 책은 프랑스인들의 심금을 울려 출간 1년 만에 5쇄를 발행했다고 한다. 지금에야 해외여행이 흔하고 다문화, 다민족이 쉽게 받아들여졌지만 때는 100여 년 전,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외국인, 그것도 조선인은 익숙지 않았을 거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민족도 아니거니와 타국의 일에 현지인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서영해 선생님은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썼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반도에 터를 잡았던 42세기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까지. 담담하지만 격정적으로 조선을 표현한다.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선이 어떤 곳인지, 왜 이런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혈기들의 이상까지. 잔잔하지만 자유를 향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조선 민중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조선이란 나라에 가진 편견을 벗겨내고자 한 글자 한 글자, 골라서 쓴 태가 역력하다. 주인공 박선초는 용기 있고 현명한 인사다. 의로움을 위해 제 한 목숨 아끼지 않는 담대함과 부당함을 바꾸기 위해 이상만을 부르짖지 않고 행동한다. 서영해 선생은 박선초라는 인물을 독립운동을 위해 몸 바친 모든 이들을 위해 헌정한 게 아닐까. 그의 죽음은 애석하지만 마지막에 저자는 말한다.

 

박선초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비록 몸은 없을지라도, 한국인의 가슴 속에 그는 영원히 살아 있다. 박선초가 세상에 남긴 자취와 업적은 인도주의와 정의가 되살아나는 날, 후세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p174).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선 독립을 위해 애썼을까. 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의 염원도 박선초에 담아 표현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의 후반부는 서영해 선생에 대한 이야기로 꾸려져있다. 서영해 선생의 일생과 남아 있는 자료를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파리의 독립 운동가를 알았다. 그가 파리에서 자유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와 같은 그의 행적이 나열되어 있다. 파리에서 서영해 선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칼로서 정복한 자유는 되찾을 수 있지만 펜으로 저항한 기록은 후세에 길이길이 남으니 말이다. 칼보다 강한 펜의 자취를 따라가 본다면 서영해 선생의 <어느 한국인의 삶>을 만날 수 있을 거다.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서영해 선생의 일생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지에도 큰 영감을 준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이보다 더 뜻 깊은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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