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고전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은 찬란하다. 가끔 온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비극적 소설도 등장하지만 대체로 총명하고 운을 타고난 주인공들이 역경을 딛고 삶의 주체가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비극적이라고 해봤자 탐욕에 찌든 인간을 비판하는 류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전 소설을 읽어야한다고 배운다. 우리가 살아온 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고전만큼 좋은 건 없다고 한다. <책이나 읽을걸> 은 고전 소설을 여주인공들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는 책이다.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소설을 소개하고 소설 속 주인공의 처지와 왜 그랬을까를 저자 유즈키 아사코 나름대로 풀이해본다. 저자의 삶과 연결지어 소설 속 상황을 이해하는 모습은 고전은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나름 유명한 책은 많이 찾아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는 책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 프랑스 문학에서 상류층의 상징과도 같은 기숙학교로 보내진 귀족 소녀들의 천진함을 사랑하는 작가를 통해 프랑스의 귀족 사회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문학은 쇼와 시대의 몇몇을 빼고는 애당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고전 문학에 대해 새롭게 공부할 수 있었다. 나도 재밌게 본 다운튼애비를 소개하는 저자의 즐거움에 공감하며 생각보다 영국 문학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는 걸 느꼈다. 남과 북의 가치관 대립이 첨예했음을 미국 고전을 통해 지금의 미국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을까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4개국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이야기를 주인공 시점에서 시대상과 엮어서 생각해보니 그간 이해가지 않았던 캐릭터들도 그럴 수 있었겠구나로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프랑스 문학을 거의 모르는데 프랑스편 마지막에 소개된 <적과 흑>은 내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이 부분이 앞부분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후에 나오는 천진난만한 아가씨들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이들을 내가 지금껏 싫어한 이유를 매우 명확하게 짚어주었다. 그동안 나는 고전을 읽으며 해방감보다는 아, 왜 저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고를 칠까?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사회가 만든 틀을 지키기 위해 마음의 여유 없이 스스로를 속박해 오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책이 나오면 눈이 번뜩 뜨이면서 즐거워지고, 모르는 책이 나오면 언젠간 읽어봐야지 하면서 장바구니에 쏙 넣어두게 된다. 고전 속 주인공을 이해하고 시시콜콜한 친구가 되어보고 싶다면 <책이나 읽을 걸>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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