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여 잘 있거라 - 극지 기후변화 현장 연구 보고서
피터 와담스 지음, 이준호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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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경종을 울리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매일같이 듣고 살면서도 막연히 미래의 일이겠거니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상상이나 해봤는가? 지금과는 다른 지구의 모습을 말이다. 이 순간에도 북극의 빙하는 눈에 띄는 수치로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탄소가 중간 수준으로 계속 배출되면 다음번 빙하시대는 적어도 10만년은 늦춰진다는 연구를 진행한 한스 요아힘 셸른후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오래전에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류세(Anthropocene)에서 인간은 지질학적인 힘이 됐다. 빙기를 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일 수도 있다. (p67)’

 

* 인류세 :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출처: 두산백과)

 

인간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지구의 본성을 바꾸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저자는 인위적으로 기후를 교란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 직감한다(p68). 우리의 개입은 다음번 빙하시대를 방지하거나 지연하는 이로운 결과에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지구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온난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p68)는 저자의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니라는 걸 다음 장에서 다룬다.

 

인간은 산업혁명에 의거 19세기에 처음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추가하기 시작했다(p76). 아레니우스는 탄산(Co2)의 양이 등비수열로 증가하면 온도의 증가는 등차수열로 증가한다(p79)고 예측했다. 북극은 전 세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온난해졌지만 그 폭이 훨씬 더 크다. 이를 북극 증폭이라 일컫는데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북극에서 먼저 일어나고 북극이 미래의 전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p89). 북극 증폭으로 인해 북극 해빙의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머지않아 얼음이 거의 없는 바다만 남게 될 것이다(p91).

 

 

 

* 체적 : 부피

 

위 그래프는 시간에 따라 그려진 얼음 체적의 이상(1976-2015 평균과 비교한 얼음 체적)을 보여준다(p117). 면적과 두께가 모두 줄어들고 있어서 두께에 면적을 곱해 체적을 산출하면 상대적인 감소율이 증가하는데, 2002년 이후의 자료는 감소율이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p117). 무엇이 최근 얼음 감소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었는가? 다년 얼음은 거의 모두 사라졌으며 북극의 대기 순환조차 급변했다. 내년이나 내후년 이내에 북극에서 갓 만들어진 얼음은 상당히 큰 두께에 도달할 수 없다. 여름철 얼음이 없는 바다의 온난화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으며 가을의 결빙 시기는 계속해서 늦어질 것이다(p121).

 

1990년대 얼음의 두께는 1970년대와 비교해 43%나 얇아졌다. 세계는 경고를 받아야 했고 저자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정치인들과 기업인뿐만 아니라 모델 연구자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p100).

 

분명히 북극의 미래에 얼음 덮임이 크게 감소할 것이며, 특히 여름철에 그럴 것이다. 얼음 후퇴로 인해 작동하기 시작한 되먹임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의 일상적인 상업 활동 중 2가지인 해운과 섬유 탐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p129).

 

북극에서 얼음이 더 없어진다면 해운업에는 3가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아메리카의 맨 위쪽을 가로지르는 북서항로, 러시아 북부를 가로지르는 북해 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베링 해협에서 프람 해협까지 진짜 북극횡단 항로(transpolar route)를 개발할 수 있다(p129). 북극횡단 직항 항로를 이용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얼음 후퇴의 즉각적인 결과는 경제적 이득으로 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얼음이 얇아지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석유를 위한 시추 작업이 한층 수월해 질 것이다. 북극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새로운 어업의 가능성도 열린다(p143).

 

언뜻 보면 북극 해빙의 후퇴는 경제적으로 북극의 호재다. 겉보기에는 전부 긍정적인 변화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빙 후퇴가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다른 측면들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북극 해빙의 후퇴는 완전한 재난으로 간주해야 할 정도로 지구에게는 분명 부정적이다(p163).

 

퇴적층에 보존되어 있는 메탄의 배출은 해빙 후퇴를 가속화해 태양에너지의 반사를 줄이며 해수면 상승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p190).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모든 다른 효과에 속도를 붙일 것이다. 게다가 수주를 냉각시키는 것(해빙을 되살리는 것) 외에는 메탄을 차지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을 터인데, 수주 냉각은 상상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p192). 우리는 북극의 국가들과 일부 산업에서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에도 불구하고 북극의 변화에 대한 비용이 엄청나게 비쌀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얼마나 터무니없이 큰 비용인지 알고는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p193). 메탄의 추가 배출로 저지대 지역의 침수, 극심한 열 스트레스, 가뭄, 폭풍이 모두 확대된다. 따라서 순전히 북극에서 시작된 효과, 즉 지구온난화에 기인한 북극 대륙붕에서의 해빙 후퇴 현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북극 효과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지구 전체에서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p193).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긴급한 상황의 규모에 대한 즉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p196). 현재 우리가 알 수 있는 상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p214).

 

1. 겨울과 봄의 북반구 날씨 패턴은 극한 상황이 널리 퍼지는 것과 더불어 눈에 띄게 변화했다.

2. 그러므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 생산에 자질을 빚고 있으며, 이는 식량 가격 지수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 지수 상승이 만약 재개된다면 인구를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서는 새로운 식량 부족과 국내의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3. 만약 이 매커니즘이 여름철 해빙 감소와 정말로 연관되어 있다면 자연 발생적인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에 가입한 195개국은 2015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 총회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 가급적이면 1.5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초로 체결된 진정한 지구적 기후 협정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p278). 하지만 이 협정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협정의 내용은 안전한 기후로 가는 경로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제는 신기술의 도입에 주목해야 한다. 배출 감축 실패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협정을 파기하기 전에 말이다(p278).

 

자원과 물의 고갈 및 식량 생산 붕괴와 기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쌍방 간의 문제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상호 적대적인 국가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종(species)으로서 협력해 기후변화와 싸워야 한다. 지구 행성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p286).

 

우리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무엇을 시도할 수 있을까? (p295)

 

첫째,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이 배출하는 거짓과 기만의 오물에 있는 힘껏 맞서자.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고 기후변화가 그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둘째,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

셋째, 정부가 발전의 기반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가적 차원에서는 원자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국제적 차원에서는 지구 공학과 이산화탄소 제거에 관한 대규모 과학 및 기술 연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p298).

 

우리가 대기와 기후를 안정시킨다면 얼음은 돌아올 것이다. 우리 후손들도 그 경이로운 얼음을 보고 즐거워 할 것이다(p299).

 

<빙하여 잘 있거라>는 쉬운 책은 아니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완독을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내용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경제적 이득 앞에서 다가올 재난을 무시하는 집단들의 이기심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저자의 피나는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 지구를 고작 안락함을 위해 혹사시키고 있다. 현세대의 안일함은 후세대의 재앙이다. 눈에 띄게 변화하는 지구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자, 이 책의 저자 피터 와담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미래의 거주민들을 위해 현재의 우리는 책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조금은 어렵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완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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