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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극야’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어느 소설의 제목이겠거니, 딱 그 정도의 이해였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반인들은 자연의 숭고함을 아주 작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관만 보더라도 감탄할 수 있다. 하지만, 모험가인 저자는 달랐다. 나는 알지도 못했던 북극의 ‘극야’, 그곳을 향한 도전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밝고 아름다운 것만 보기에도 부족한 세상. 어둡고 고독하기만 한 곳을 왜 굳이 갈까 싶기도 했다. 태양이 없는 어둠, 그에게 허락된 최북 지점에서 극야를 가르는 첫 태양을 보기위해서(p70) 그는 목숨을 건다.
자연과 맞서 싸우고 외로움과 부족한 물자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한다. 하나가 해결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몰두한다. 달의 비호 속에서, 그는 어둠과 빙하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가쿠하타 유스케, 그에게 숱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영원한 동반자인 개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극야 탐험은 결코 쉽지 않다. 자연이 허락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 그 은밀한 비밀을 <극야행>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무수히 많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 홀로 어둠 속을 거니는 도전을.
옛 사람들은 지도를 채워넣기 위해 새로운 땅을 찾아나섰다. 더 이상 새롭게 채워넣을 땅이 없는 지금. 미지가 사라진 지금, 옛날 같은 탐험은 의미가 없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p153).
그 어떤 기만도 극야는 저자에게 허하지 않았다. 일본을 떠난 지 4개월, 마을을 출발한 지 78일, 하는 일마다 틀어져 저주받은 줄만 알았던 여행, 어둠 속에서 절망했고 두 번다시 극지에 발붙이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만든 그 여행(p326). 그의 대여정을 보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둠 속에서 찬란히 피어오르는 ‘태양’을 느낄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