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 수학을 품은 우리말 223가지
김용관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 수학 공부를 하려니 막연하고 머리가 복잡해.

운수가 좋으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 텐데 한참을 바라봐도 오리무중이네.

 

평소 수학이란, 우리에게 이런 존재가 아닐까싶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수포자가 있는가!

사칙연산만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가진 수포자 1인으로서 <어느 괴짜선생님의 수학사전>은 제목부터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학사전이란, 이런 거니까 말이다.

 

이 책도 숫자가 얼마나 즐거운 건지, 도형이 얼마나 재밌는 건지를 찬양하면서 수학의 위대함을 강제로 주입시키는 건가? 싶었던 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책은 수학의 기능을 사칙연산으로 제한하는 인문대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수학도 하나의 언어임을 수학선생님들이 백날 외쳐도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언어가 수학에 기반을 두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자 선생님들이 내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수학과 언어의 만남,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이 두 조합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 일상 속에 소리 소문 없이 파고들었다.

 

, 수학 공부를 하려니 막연하고 머리가 복잡.

운수가 좋으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 텐데 한참을 바라봐도 오리무중이네.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을 한탄(?) 하는 이 문장에 수학이 숨어있다. 단 하나의 숫자도 없지만 이 문장은 수학으로 이루어져있다.

 

막연, 복잡, 운수, 오리무중,

 

단순히 한자어로만 생각해왔던 이 단어들의 어원은 수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언가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또 원인이라 할 만한 것이 너무 광범위할 때 참 막연하다. 막연(p95)이란 무엇일까, 수학적으로 풀이하자면 x+y=100를 만족하는 자연수이다. 막연과 반대되는 필연은 y=2x에서 x=2일 때 y값이다. 이 방정식에서 y=4 는 필연적이다.

 

복잡(p138)의 복은 복수를 뜻한다. 단수, 복수, 무심코 사용했지만 이게 무슨 뜻일지 곰곰이 생각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복잡은 머릿속에 두 개 이상의 생각이 뒤섞여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를 뜻한다. 단수와 복수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복잡이란 뜻이 더 와닿을 것이다.

 

운수(p211)를 그대로 풀이하면 움직이는 수다. 이는 주역과도 연관이 있는데 하늘의 변화와 움직임을 나타내는 수라는 뜻이다. ‘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34도 아니고 5도 아니다. 기수(기운을 뜻하는 수)와 별수(별다른 수)가 운수와 다르듯, 기운의 차이를 수로 표시한 것이다.

 

오리무중(p206)의 오리는 ‘5의 거리다. 우리가 아리랑에서 ‘10리도 못가서할 때 쓰는 거리의 단위와 같다. 무중은 말 그대로 안개 속이란 뜻이다. 이를 종합하면 오리(2km)무중은 2km의 안개 속이란 뜻으로 그 정도 안개면 앞이 보이지 않고 방향 감각도 없어진다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그간 알지 못했던 일상생활 속의 수학 단어를 가나다순으로 찾아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단어가 이런 뜻이었어? 감탄하면서 읽게 된다. 한국어 원어민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글 속에서 찾는 수학이 이유 없이 싫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 책의 저자이신 괴짜선생님이 수학 사전 활용 깨알 팁을 알려주신다. 수업이 지루할 때, 책상 높이와 신체사이즈를 배려해서 만든 책인 만큼 베고 자도 되고 무엇보다 책장에 꽂아 놓으면 멋스러우니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라고 ㅎㅎㅎㅎ

 

요즘 알쓸신잡이 유행하고 있다. 알아두면 쓸데는 없지만 신비한 잡학사전에 수포자인 당신도 수학을 업데이트 시킬 수 있다. 괴짜 선생님의 추천처럼 어색한 친구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이어 가야 할 때, 자랑인 듯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을 하고 싶을 때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 된다.

 

이성의 정점인 수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성을 품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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