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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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하게 대학 나온 여자가 청소일을 한다? 이 책은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새겨져 있는 사회적 편견일지 모르나 청소일은 연세 드신 분들이 소일거리 삼아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왜 하필 청소일일까?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매일같이 뉴스에 보도되는데 이젠 청년들이 청소일까지 내몰릴 지경인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실상 우리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이 모든 사회적 편견을 뒤로한 채, 먹고 살기 위해 청소일을 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예지씨.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고뇌가 느껴져 슬프고 공감됐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싶지만 이 일로는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백수 그 자체일 때,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문득 미움받을 용기에서 읽은 니버의 기도가 떠올랐다.

 

신이여, 바라옵건데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이 기도문의 내용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녀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에 더 공감가고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고민을 이겨내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닐 텐데 그런 용기가 있는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보통 주인공들은 사회적 시선 따위, 가뿐하게 무시하고 나의 길을 간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멋지고 대단해 보였지만 그건 선택받은 소수만이 보일 수 있는 강단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쩌면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척 하는 게 내면이 곪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세상에 항상 나무처럼 올곧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견뎠다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을 읽으며 그간 수없이 갈등하고 자괴감에 빠졌을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고 공감되어 눈물을 글썽였다. 남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건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저자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현실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낸 강한 사람이다.

    

 

나는 사회적으로, 아니 어쩌면 내 스스로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고 항상 움츠려들었다. 세상에 당당할 수 없었고 항상 주눅 들었다. 지금 이게 내가 정말 바라는 길인가? 수없이 고민했지만 이제는 그 길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린 것 같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지만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는 나와 달리 그 과정에서 아픔은 있었지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저자가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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