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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혁명 - 인류의 미래, 식물이 답이다! ㅣ 혁명 시리즈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김현주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월
평점 :

식물은 뇌가 없다.
그렇지만 기억한다. ‘미모사’는 무려 40일 이상 기억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자극을 구분할 수 있다. 식물이 동물과 같은 기관을 갖지 않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다(p143). 식물로 존재하기 위한 최적화된 생존본능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온대 활엽수립에서 자라는 칡의 일종인 ‘보퀼라’는 식물계의 젤리그(zelig: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자재로 변신 가능한 자-역주)로 불리는 ‘모방의 대가’이다(p61). 보퀼라는 어떤 종류의 식물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지에 따라 ‘수차례’ 잎의 형태와 크기, 색상을 바꿀 수 있다(p64). 이렇게 주변의 식물을 모방하여 보퀼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해충으로 부터 보호를 받으며, 다른 식물들의 잎과 뒤섞이면서 초식곤충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감소한다(p65).
식물이 주변의 다른 식물을 모방 한다는 것은 잘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식물은 사물을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무엇이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사고할 수 있는 ‘뇌’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퀼라는 무엇을 모방해야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식물학자들의 숙제로 남아있다.

식물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눈은 없지만 1905년 하버란트 교수는 식물은 표피세포로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랜시스 다윈은 식물은 기억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p67) 이를 종합하여 2016년, 프란티섹 발루스카 교수는 보퀼라가 ‘관찰’능력이 있다고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식물에게 시각이 있으며, 기억 능력이 있고, 한 발 더 나아가 관찰능력까지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식물의 시각 능력이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소소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할 만한 가치가 없기에(p68) 후속 연구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자만하는 인류에게 아직 풀지 못한 미제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건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책 말미에도 언급되었듯 우리가 사는 환경, 그러니까 이 지구 전체를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무료로 이용하면서(p255), 환경과 소비 자원에 대한 비용은 생각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고갈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류의 미래
이 책의 저자 스테파노 만쿠소 박사는 다가올 식량난에 대비하여 ‘젤리피시 바지선’을 개발했다. 그 어떤 자원도 소비하지 않고 야채를 재배하는 공상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킨 것이다(p251). 그는 비옥한 토양을 필요로 하지 않고 담수도 필요로 하지 않고, 태양에너지 외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p251) 우리에게 묻는다. 당연히 무료로 사용되어 온 자원을 보존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식물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영감을 받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주를 부유하는 비행사들에게 폐쇄된 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식물이며, 1851년 제1회 만국박람회 개최를 위해 하이드파크 내에 제작된 크리스털 팰리스도 빅토리아 연꽃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리가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식물에게 실상 우리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페페로치노의 영리함은 감탄스러웠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영원한 동반자이다. 그동안 식물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을 반성하며 식물의 위대함과 더불어 인류에게 다가 올 난제를 풀 수 있는 조력자로 그들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