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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올려다보는 그대에게 상냥하게 - JM북스
마쿠라기 미루타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하늘을 좋아하시는 분, 대환영♪’
참 수상한 문구다.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에서 이런 수상한 조건을 건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니, 고개가 갸우뚱. 업무 내용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일자리의 ‘시급’과 ‘시간대’에 혹해서 시작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수상했던 모집 문구와 달리, 주인공의 일은 정말 말 그대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다.
시부야 대각선 횡단보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10층짜리 다용도 빌딩(p9), 그 옥상에서 ‘완전한 구체’가 밤하늘에 떠오른다.
밤하늘에 떠오른 빛나는 구체는 애드벌룬이다.
그냥 애드벌룬이 아니다.
무려 야광 애드벌룬!!!
(p12)
야광 애드벌룬은 겉면에 무수히 많은 소형 램프를 박아놓아서 램프 불빛으로 문자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야광 애드벌룬은 밤의 천이라 쓰고 ‘야후’라 읽는다(p12). 야후는 이 밤을 보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전구 불빛 메시지로 제대로 바꿔서, 해방한다(p15).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대에게 상냥하게.
제목부터 가슴이 간질간질 거리는 이 책은 애드벌룬 야후의 관리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요코모리가 야후에서 만난 소녀 사쿠라를 통해 성장하는 로맨스 소설이다. 라노벨은 처음 읽어보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권의 책 속에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장르인지 알 수 있었다.
‘밤이 무서운 사람도 있는데요.’ (p31)
어느 날, 시부야구 계획정전이 발표되고 한껏 들뜬 분위기에서 맥을 끊는 문장이 SNS에 나타난다. 요코모리는 잊을 만 나타나는 이방인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밤을 두려워하는 사쿠라와 그 공포심을 깨주고 싶어 하는 요코모리. 이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요코모리는 낮에는 국어 선생으로, 밤에는 애드벌룬 관리자로 일한다. 사려 깊은 성격과 문학과 아이들을 사랑해 인기가 좋지만 그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교직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기간제 교사. 정직원 교사에게 기간제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권리가 없다며 구박당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문장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교훈이 아닐까싶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공평한 밤하늘. 밤하늘은 모두에게 공평하며 이 따스함은 새로운 인연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밤이 두려워 언제부턴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요코모리를 만난 지 하루 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실어증을 고친 사쿠라, 교직원 채용시험 2차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했지만 마침내 그 이유를 깨닫게 된 요코모리.
사람은 어딘가 조금씩 부족하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가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다. 한 10년 전쯤이나 유행했을 법한 진부한 결말이 조금은 아쉽지만 읽는 내내 달달함과 풋풋함이 느껴졌다.
‘달이 예쁘네요.’
나쓰메 소세키는 ‘I Love You’를 이처럼 빙 에둘러서 전했다고 작중에서 말한다. 오늘밤, 이 책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의 아름다움을 속삭여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