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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평점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자유로운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지나간 시절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음은 그 기억 속 나이에 머무른 상태로 살아가는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이런 기억들이 현재의 나에게도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사람에겐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책을 찾다가 상처의 기억에서 자유롭게 되는 과정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은 심리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심리치료 전문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러 책을 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처받은 과거가 있는 사람이 잊지 못하는 기억의 문제를 심리 전문가의 시선으로 짚어주고 그 해결책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좋은 의미로 남은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좋은 자양분이 되지만 상처로 남은 과거의 기억은 현재뿐 아니라 남은 인생을 힘들게 한다. 이 책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픈 기억은 왜 계속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지,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도 과거의 어떤 시점에 상처받은 기억이 떠나지 않고 긴 시간 반복되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일이기도 하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과거의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신체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했거나 뜻하지 않게 타인으로부터 폭력적인 사건에 휘말렸거나 일상적인 삶의 길에서 의도치 않은 큰 사고를 당하는 등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이 상처들은 시간으로 보면 과거가 되었으나 마음에는, 기억에는 여전히 현재로 남아 현실의 삶을 발목을 잡는 아프고 나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상처들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기억이 왜 지금도 그들을 괴롭히고 떠나가지 않는지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기억은 단지 과거의 경험을 인지적으로 저장하는 것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장소와 사람에 대한 의미와 감정이 중요한 기억으로 새겨져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상당한 고통과 괴로움을, 슬픔과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과거의 기억이 그 감정과 의미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현재에도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기억을 지워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수록 기억은 더 강화된다. 왜냐면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와 작업이 오히려 기억을 불러오고 되새기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나쁜 기억을 지우려면 기억에 새겨진 감정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용서이다. 큰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그 아픔을 모르는 타인이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말은 또 다른 폭력처럼 들리는 말이다. 내가 겪는 고통을 무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용서란 피해자의 선택이지 타인의 강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맞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용서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상처 입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더는 아프지 않게 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상처를 받았던 때는 내가 무기력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당했고 가해자가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지만 내가 이제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 당시의 기억과 가해자를 마침내 용서하기로 마음먹으면 이것이 나의 의지와 통제력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감정적으로도 미움과 증오에서 자신과 인간을 향한 연민과 애도로 변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 책은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억을 지우고 싶다면 이제는 자기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끊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일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상처와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억은 과거형으로 흐릿하게 남기도 하지만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성인이 되어 진정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살아간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나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건강한 어른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