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씽킹 -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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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생각의 새로움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터틀넥프레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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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만들어내는 기획

익숙한 생각에서 새로운 지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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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에서 진행하는 5, 6월의 독서로 터틀넥프레스에서 출간된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게 되었다. 출간 당시 기획자들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책으로, 최혜진은 촘촘하고 단단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반에 집중한다. 두루뭉술한 생각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미 세상에 제시된 기획과 어떤 차별점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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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가 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이 직업으로 일을 하면서 조금씩 일에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늠이 안 되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출판 편집자는 과연 기획자인가, 편집자인가? 현재 출판계에서는 두 부류의 편집자가 있다. 기획(편집)자와 (기획)편집자. 어느 것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아예 에디터로 불리며 기획만 하는 편집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모두 편집자라는 것. 어떻게든 편집을 하게 되어 있다. 이 점이 나의 걱정을 덜어준다. 기획자든, 편집자든 우선 편집이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편집을 한다는 건 안에서 바깥으로 다루는 텍스트(또는 무언가)를 확장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새로움에 집착하게 된다. 더 새로운 건 없을까, 내가 놓치고 있는 이슈는 없을까. 나는 이제 나올 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이 나올 수가 없다. 이미 많은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인간이 만든 물건 어딘가에서 흉터, 실패, 무질서, 왜곡을 발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흉터, 실패, 무질서, 왜곡은 이미 있는 대상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생산되고 만들어진다. 이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New'가 아닌, 'Reproduction'에 가까운 것. 그것이 현대의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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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에는 내가 생각하는 복합적인 기획의 기반을 마련할 여러 소스가 있다. 창작자로서 차이를 만드는 기획이라는 뒤표지 카피를 보았을 때, 두루뭉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목차에서 제시하는 기획 방법은 조금 체계적이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세세한 예시와 자료로 가득해 기획하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 아마 나처럼 처음 기획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가질 만한 고민은 이 책에 다 담겨 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저자의 태도이다. 저자가 어떻게 자신이 기획을 대하는지, 기획을 타인에게 내놓을 때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를 먼저 보여준다. 나는 좋은 기획은 배우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기획을 따로 배우고 공부하면 어느 수준의 기획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좋은 기획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좋은 기획을 위한 마인드를 보여주면서 미래의 기획자들에게 어떤 태도와 방향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이 이러한 지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빚어가는 행위는

지각, 패턴 인식, 연상, 범주화, 기억 검색, 추론, 맥락화 같은

복잡한 인지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

"저는 이 사안/작품/현상/데이터를 읽고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제가 가진 입장은 이것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소중하고 가치 있다.

「에디토리얼 씽킹을 시작합니다」, 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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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획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고려한 기획은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귀한 마음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다만, 그 마음을 가져갈 수는 없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마음을 본 미래의 기획자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을 것이다. 스스로 유리를 깨뜨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스스로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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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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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이라는 삶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황유원 옮김, 『패터슨』(읻다, 2024)

패터슨에서 패터슨으로

도시와 폭포의 언어로 말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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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출판사에서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이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패터슨'이라고 하면 2017년에 개봉한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을 떠올릴 것이다. 인기 있는 영화인 만큼 주인공 패터슨과 그가 살고 있는 도시 패터슨, 그리고 그가 읽는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다만 국내에 완역본이 없었기에 이번 읻다에서 출간된 『패터슨』은 특별하다. 황유원 시인이 번역을 맡은 만큼 세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만날 수 있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에즈라 파운드와 앨런 긴즈버그처럼 미국 20세기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시인이다. 이미지즘의 창조자라 불리는 만큼 『패터슨』에서도 실험적이며 획기적인 시구와 시어들의 호흡이나 리듬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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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김해를 아시나요? 나의 고향은 김해다. 가끔 나의 경상도 말씨 때문에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김해라고 말하며 저 질문을 꼭 붙인다. 김해를 아는가? 당신이 아는 김해와 내가 아는 김해는 다르다. 당신의 고향과 내가 아는 고향이 다르고 당신의 서울과 나의 서울은 또 다르다. 우리가 기억하는 도시는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이미지의 형상화다. 기억하는 만큼 보이는 도시라면 기억은 고정적인 것일까? 그것은 또 아닐 것이다. 도시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극진할 때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도시의 애정을 본다. 애정에는 이미지가 있다. 김해에는 겨울마다 물이 없어 바닥이 드러난 연지공원의 호수가 있는 것처럼. 그 이미지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그 도시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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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은 미국의 도시 패터슨을 중심으로 퍼세이익 강과 '그레이트 폭포'에서 시작된다. 윌리엄스는 패터슨의 퍼세이익 폭포가 흐르는 물에서 힘과 이미지를 포착해 패터슨의 역사를 말한다. 압도적이면서 거대한 광경. 패터스는 도시의 역사이자 사물이고 사람이며 힘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고 두꺼운 서사시는 도시의 설명서 같은 것인가? 그것은 또 아니다. 윌리엄스는 언어가 '말하듯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집중한다. 생략되기도 하고 아주 깊고 세밀하게 말해지기도 하는 폭포와 강물의 물줄기 그리고 물이 지나간 곡선의 자리처럼 말이다. 황유원 시인은 윌리엄스의 언어를 그대로 옮겨 도시를 도시에서 꺼내 흐르는 폭포처럼 보여주는 것에 성공한다. 그래서 패터슨은 구멍 뚫린 치즈처럼 아름답다. 들여다볼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패터슨은 몇 년에 걸쳐 작성되었다. 도시를 이루는 자연 요소를 통해 패터슨의 전체 구성을 보여주는 1권은 1946년에 나왔고 2권은 도시 공간에서 사물과 인간 그리고 문명의 여러 면모를 현대적인 언어로 재창조했다. 1948년에 나왔다. 3권은 파괴된 댄포스 공립 도서관, 퍼세이익 강의 범람 등 여러 재난을 통해 '아름다움'의 파괴성을, 4권은 강에서 바다로 시선을 옮겨 현대 문명을 말한다. 각각 1949년, 1951년에 나왔으며 1958년에 나온 마지막 5권은 다시 패터슨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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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태어난 김해를 매우 미워했고 싫어했으나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에는 다양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김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기억하는 김해. 내가 아는 김해를 당신들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패터슨』 몰랐던 것처럼, 이제 내가 아는 패터슨은 윌리엄스가 본 패터슨이기에, 당신들이 아는 김해를 내가 아는 김해로 바꾸고 싶다. 그것이 시인의 역할이라면 나는 잘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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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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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ㅣ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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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의도할 수 없어서

강혜빈,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넥서스 앤드, 2024)


여럿이면서도 하나인 마음을 열면

다정하고 어두운 용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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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출판사의 브랜드 앤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가 출간되었다. 강혜빈 시인의 첫 산문집이면서도 시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 사진 산문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밤의 팔레트』, 『미래는 허밍을 한다』에서 보여주었던 환한 용기와 사랑의 질주를 산문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만큼, 조금 더 세심하고 구체적인 시인의 세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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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나는 살면서 딱 한 번 시인에게 시가 좋다고 dm을 날려본 적이 있다. 19년도였나,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일 그 메시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시가 너무 좋았기 때문. 그 당시에는 너무 좋은 시를 읽으면 참을 수 없이 마음이 뜨거워져서 버틸 수가 없었다. 좋은 것은 너무 좋다고 말하는 수밖에. 나에게는 그 사람이 강혜빈 시인이었다. 등단작을 읽고 너무 좋다고 대여섯 줄 정도 써서 보낸 것 같다. 답장을 바란 것도 아니었고 그저 좋다는 말이 닿길 바랐던 것이기에 보내고 아무 생각도 없이 누워서 책을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답장이 올 줄은 몰랐지. 환하고 다정한 용기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이 사람의 시를 기다렸나. 첫 시집 『밤의 팔레트』는 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용기였고 다음 시집 『미래는 허밍을 한다』는 조금 더 시인의 시적 세계를 확장해 용기와 사랑이 삶을 껴안아 주변을 환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용기와 사랑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면 이 시인 같은 모습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는 내가 생각했던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면서 동시에 조금 다른 컨셉을 잡아서 지루할 뻔한 부분을 잡은 것 같다. 어딘가 있으면서도,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당신을 호명하며 시인은 자신을 되돌아본다. 뒤표지 카피처럼 무수히 당신도 나와 같은 모습과 태도를 가졌는지, 당신도 꾸준히 실패하고 갑자기 다정하며 선잠을 자면서도 꿈과 기쁨을 세는지. 질문하는 방식으로 시인과 독자의 경계를 허문다. 시인의 용기가 어색하지 않게 그러한 태도를 행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장점이자 좋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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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점점 더 세게 흔들린다.

손잡이를 잡지 않은 채 중심을 잡는 일은 쉽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은 쉬운 일보다 더 많이 있지만,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서서 갈 수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 편지 X 부드럽고 환한 레몬 마들렌」 23p

누구나 자신의 세계가 흔들릴 때가 있을 것이다. 중심을 잃고 사람들과 뒤섞이거나, 어떨 때는 뒤섞인 사람과 자신이 같은 사람이고 스스로 자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진솔하게 자신이 흔들린 여러 과정을 꺼내 놓는다. 그러면서 되묻는다. 당신은 그런 적이 있는지, 당신의 세계에서는 마음이 연체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진 않는지, 잠은 잘 자고 꿈은 어떤 꿈을 꾸는지 묻는다. 시인은 당신을 호명하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수신인과 연결되려고 한다. 시인은 왜 연결되려 하고 세계를 확장하는가. 이유가 있다면 시인은 굳이 흔들릴 때 흔들리면서 보이는 빛의 실루엣들을 관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흔들렸고 갑자기 당신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궁금하고 나의 세계와 당신의 세계를 이어 우리 조금만 덜 흔들리고 살아가자는 마음일 것이다. 세상은 이러한 시인의 태도를 다정함이라는 마음으로 부른다. 다정은 절대 의도할 수 없다. 시인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로 나아가기 때문에 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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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넥서스 서평단으로 신청을 했지만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야 서평단을 하든 말든 좋았던 책만 신청하고 읽지만, 이 산문집은 내가 너무 좋아했던 시를 쓴 사람이 쓴 첫 산문집이니까 살 수 있어 좋은 마음인가. "좋아해? 좋아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시를 써서 좋다.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이 산문을 써서 더 좋았다고. 흔들리는 세계를 사진으로 찍은 듯한 풍경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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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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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로 사회 보기

맥스 커틀러, 케빈 콘리, 박중서 옮김, 『컬트』(을유문화사, 2024)


나사가 빠진 모습으로

온 세상에 오물을 던지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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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출판사에서 『컬트』가 출간되었다.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를 토대로 한 이 책은 20세기 이후 세상을 뒤흔든 집단 광기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총 다운로드 수 5500만 건을 기록한 9명의 범죄 사이코패스 집단(인물)을 다룬다. 찰스 맨슨부터 마셜 애플화이트까지 이상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악명 높은 컬트 집단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분석으로 흥미를 돋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 문제를 관찰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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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미친 사람, 미친 척하는 사람, 미치기 직전인 사람이 있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는 듯하다. 좋은 쪽으로 미친 사람들은 어딘가 아우라가 밝다. 환하고,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진다. 다만, 나쁘게 미친 사람들도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지기에, 살면서 미친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다. 이왕이면 천천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미친 사람 옆에 있으면 미치기 때문이다. 근묵자흑은 틀린 말이 아니다. 좋은 사람 곁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 곁에서는 나쁜 사람이 된다. 그 집단에 들어간 자들은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컬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나조차도 이 책에 이 정도의 이야기가 있는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럽고, 역겹고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죽이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을 탕에 넣고 끓이거나 납치하고 노예로 삼는 우두머리들. 악마가 있다면 이들이 악마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더럽고 펼치기만 해도 찝찝한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그것은 그들을 이해하고자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 이들은 다 달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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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사이코패스성, 즉 후회의 결여였다.

둘째는 악성 자기도취증, 즉 가학적 과대망상이었다.

셋째는 마키아벨리즘, 즉 자기 이익을 위한 타인 착취였다.

「제 2장 수치: 아돌포 데 헤수스 콘스탄소와 마약악마숭배파」, 살해 견습 생활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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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 집단의 주동자들에게 보이는 대표적인 모습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성, 악성 자기도취증, 마키아벨리즘이다. 누구도 범죄를 저지르고 후회하지 않고, 어떤 현상을 확대 해석하며 이익을 위해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4장에 등장하는 짐 존스를 예로 들자면, 그는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나, 가학적이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성적으로 성별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모아 착취하고 약속의 땅이라 말했던 존스타운에서 수백 개의 시신을 유기했다. 즉, 악성 범죄자의 대부분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컬트』는 악성 사이코패스 집단을 중심으로 인간성의 결여가 보여주는 가장 최악의 사태를 모아 아주 강한 목소리로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달하는 듯하다. 사회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점점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증가할 거라는 무언의 예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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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에도 점점 공감과 관심이 부족해지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과 '관심'은 무작정 안아주는 것과 다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 자신의 말을 하는 어떠한 상호작용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팩트'가 싫다. 정확히는 '자신만의 팩트'가 싫다. A를 말하면 꼭 다음에 B를 말하도록 강요하는 자세는 『컬트』에서 소개하는 사이코패스 집단의 기저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A를 듣고 A'를 말하거나 A의 각도, 형태, 어원 등 모든 걸 말하고 B로 넘어갈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유, 즉 틈을 견딜 수 없을 때 사회는 점점 사이코패스를 양성하는 양성소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컬트』처럼 끔찍한 이야기 모음집을 읽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덜 병들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지점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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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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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되었지만 미래의 이야기들

듀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읻다, 2024)


구시대의 미래에 닿지도 못한

지금에서도 꿈꿀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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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출판사에서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듀나의 30주년 데뷔 기념 초기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컴퓨터가 처음 대중에게 전파되었던 시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듀나의 작품을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미발표 데뷔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가 수록되었으며, 어떤 작품들은 단행본 최초로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양장으로 만들어졌으며 디자인에는 이지선 북디자이너가 참여했다. 표지에 이름을 뺀 파격적인 디자인과, 듀나의 아이덴티티인 토끼, 90년대부터 발표된 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통수 큰 컴퓨터를 표지 디자인으로 내놓았다. 세네카도 각진 폰트를 사용했으며 책배나 위아래로 기념 단편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디자인이 되어 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그리고 내지는 소설 한 편 당 듀나의 설명이 더해져 독자의 독서에 재미를 더한다. 여러모로 과학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작품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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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감한 책은 과학사 책이다.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과학에 입문하게 되면서 은근히 과학도 재밌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여행하려면 알아야 하는 양자물리학이나 우주 탐험이 독일의 우주 여행 회원들의 욕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거나 하는 후일담을 들으면 과학도 문학처럼 재미가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왜 자꾸 과거나 미래로 가고 싶다거나 우주를 탐사하고 싶어 할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무언가를 알려는 마음에서 비롯될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것들에 과학적인 설명을 하려면 힘이 들겠지만,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던 90년대에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뒷받침할 자료도 부족하니 사람들은 더 애썼을 것이다. 한국의 SF 소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시작된 듯하다. 타임 머신이나 외계인 등 지금은 한물 갔다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이 당시에는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부족한 근거를 기쁘게 꿈꾸는 자유로 채운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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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듀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앞에서도 밝혔듯 과학을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처음으로 읽은 과학 소설이 김초엽의 단편이었던 것 같다. 나의 SF는 2020년에 시작된 것이다. 나와 듀나 사이에는 30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듀나라는 이름을 들어봤어도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는 내게 읻다에서 출간된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는 정말로 나비가 타임머신을 타고 내게 날아와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표제작에서는 과거로 날아가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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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타임머신에 붙어 있던 나비 한 마리가 과거에 남겨진 것을 꿈에도 몰랐다.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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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평에도 최대한 내용은 배제하겠다)듀나의 입문으로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는 기묘하다. 어딘가 과학사 요약 같기도 하고, 픽션이라는 점에서 소설이기도 하다. 듀나는 서구 철학사와 과학사를 섞어 썼다고 밝혔던 만큼 조금 지루하게 보이기도 한다. 복잡하지 않은 서사 구조에 이후의 단편 몇 개는 비슷하게 단순하다. 하지만 듀나의 초기 소설에서 재미를 찾으려면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하이텔 시절 당시의 사람들이 꿈꾸거나 생각하던 미래가 이러한 모습이고 지금은 아주 많이 다르며 생각보다 크게 발전하지 않은 듯한 점이 나에게는 조금 재미로 다가왔다. 이러한 재미는 듀나의 해명 같은 설명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과학 소설이 아니듯이 「장례식」이나 「렉스」 같은 소설을 읽으면 또 느낌이 다르다. 몇 개는 취향이 아니고 몇 개는 취향이다. 취향인 몇 개에서 어쩌면 당신만의 듀나가 재탄생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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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2009년까지 썼던 단편 21개를 모은 만큼 책은 두껍고 독특하다. 시간에 따라 듀나가 자꾸만 달라진다. 더 구체적이고 독특한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좋은 편집과 디자인이 더해졌기에 처음 듀나에 입문하거나 나처럼 SF 문학에 초행길을 걷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을 만하다. 어차피 듀나 독자라면 다 읽었을 테니까, 듀나를 모른다면 이 책으로 듀나를 만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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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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