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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1 - 사랑, 몸, 고독 편 ㅣ 강신주의 다상담 1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평점 :
읽은 기간: 2013.11.25-2013.12.16
인생은 힘들다. 갖가지 문제들이 들고 일어서서 우리를 괴롭힐 때면
이것들이 왜 이러는지, 어떻게 이것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래서 인문학을 찾는다. 예술, 철학, 종교 등을 뒤지면서
결국은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은 어렵다.
쉬운 것도 어렵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철학의 이미지다.
그런데 일명 철학박사인 강신주 선생님은 이 어려운 철학을 이용해서
우리 삶의 본질이나 의미 등을 꿰뚫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SBS 방송 '아이러브인'에서 강신주 선생님이 강의하신 걸 우연히 보고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투는 거침없다. 돌직구를 마구 던지는데, 그게 "아! 유레카!" 하게 되는 일침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구했다. 아이러브인 방송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주제도 '사랑'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청춘이 가장 힘들어지는 것이 '인생'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넘쳐날 때가 아닌가싶다.
선생님은 말한다.
사랑도 인생도 고통스러운 거라고. 힘든 거라고. 그러나 그 안에서 얻는 즐거움과 행복이 반드시 있다고.
힘들다고 피하고 멀리하면 행복마저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자기 세계'에 빠져든 사람은 고독하고.
한편 이 책은 늦은 나이에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음이고, 그 용기가 없는 비겁함을 '늦었다'라는 핑계로 가리려 하지 말라고.
단지 자신의 행복을 좇으면서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나도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답답하고 괴로울 떄가 있는데,
인생을 더 오래 산 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길 들어보면
오히려 내가 지금 고통스럽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60, 70대가 되어서 무언가를 깨달아도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이미 많이 힘든 게 여생을 바꿔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 걸 깨닫게 된다.
그런 믿음과 희망을 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아직도 '답'이라는 건 언제나 보이지 않은 것들이지만.
이런 희망을 얻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아닐까.
지금은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구해놓은 상태.
강신주 선생님의 매력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떠나는 사람은 매우 잔인한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남자는 이야기는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소식을 듣거나 만날 때 실연의 상처는 다시 도질 테니까요. 더군다나 상대방은 언제든지 다시 "타다 남은 심지에 파란 불꽃 다시 켜질" 수도 있다고 희망 고문을 자행하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이제 실연의 슬픔은 증오로 바뀌게 되겠지요. 상대방에 대한 증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 대한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지금 시인은 떠나는 연인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럴 때에만 사랑의 감정도 극복될 수 있을 테니까요.
고독에는 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고독은 자기에 대해서 몰입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고독은 타인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 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구구 타인을 사랑할 수 없으니 나만을 사랑하기로 작정하는 것이 고독의 숨겨진 메커니즘입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고독한 모습이란 타인과의 관계를 접기 위해서 쓰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 혼자 관계를 맺으면 상처를 안 받잖아요. 타인은 자신에게 상처 줄 가능성이 많게 다가오는 거예요. 그렇지만 타인은 절망의 원인이자 동시에 희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불행의 원인이자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때문에 고독해진 것이라면,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서 고독이 해소될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감정을 지켜야만 해요. 그만큼 여러분은 삶의 주인이 될 테니까요.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거예요. 내가 즐걱우면 즐거운 거고요. 내가 불쾌한 건 피해야 되죠. 불쾌한데도 억지로 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죠. 행복한데도 버려야 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비겁하잖아요. 내 감정을 지키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자신의 감정 쯤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다고 이야기는 하죠. 이렇게 비겁한 의식들 때문에 우리는 계속 힘들어지는 거예요. 아주 쉬워요. 아주 단순하죠.
물론 그렇다고 상처를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받을 걸 자꾸 생각하면, 지금 해야 될 걸 못 합니다. 좀 불안할 것 같으면 '미래에 힘들 거야'라는 생각을 엄청 크게 해서, 이 생각이 충분히 커지면 지금 해야 할 걸 안 해요. 차라리 '난 비겁해서 못 해. 난 용기가 없어서 못 해.' 이렇게 인정을 해야 되는데 그건 싫은 거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해요. 해야만 했던 것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 자기의 삶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진짜 힘든 거거든요.
삶은 헬리콥터로 정상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힘들여 정상에 오르는 데 묘미가 있으니까요. 미래에 대해서 자꾸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는 거는 여러분이 비겁하다는 얘기밖에 안 돼요. 그리고 미래를 계속 공포스럽게 그리면 그릴수록 지금 내가 선택해야 될 걸 포기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오지도 않는 미래에 오만 것들을 투사한단 말이에요. 지금 것을 포기하겠다는 건, 안 하겠다는 말이에요. 오지도 않은 엄청난 불행을 한쪽에 놓고 지금의 행복을 한쪽에 놓으면서, 어느 한쪽이 커져서 다른 걸 붕괴시킬 때 말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