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케이고의 소설을 전부 읽어볼까나 하는 마음에서, 책 소개 등을 보다가,

"괴물이 되어 버린 여자의 복수극"이라길래 바로 꽂혔다.

그런데 내가 기대한 거랑 너무 다르던 걸?

 

 

"1992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작가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다.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보다는 서스펜스에 초점을 맞추는 작가 특유의 빠른 전개와 교차 편집, 인물의 내면 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 타란툴라는 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미국 국가대표 재키 조이너 커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인터파크에서는 책을 위의 글로 소개하더라. 인물의 내면 묘사가 돋보인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주목하면서 읽는 건, 인물의 내면묘사이다. 내가 실제로 그 인간이 된 것 처럼 느끼게 해주는지..

인물의 내면이 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어떤 단계를 거치면서 변해가는지.. 거기 어떤 당위성이 있는지..

그런 걸 신경쓰면서 읽는다.

나는 범인(추격자)의 내면을 알고 싶었다. 범죄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뭔 말인지 알거다.

근데 이 책은 정작 추격자의 내면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짐승같이 아름다운 근육과 몸짓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책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야 '괴물'의 심리 묘사가 나타난다. 이 부분이 없었더라면  난 시간낭비 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럼 인물 내면묘사가 전혀 없었냐고? 그건 아니다.

쫓기는자, 특히 '유스케'의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세밀한 것도 아니다.

 

 

 

또 하나 인상깊게 다가왔던 건, 책이 '인간 개조'를 다루고 있단 거다. 

등장인물 '센도'는 나치의 인간개조에 관심을 가졌던 인물로, 이를 스포츠의학에 접목시켜 

사이보그와 같은 초인을 만들어내는 데에 몰두했던 인간이다.

그는 이 목적을 위해, 생명윤리에 반하는 짓을 서스럼없이 저지른다.

이런 어두운 일면이, 내가 늘 관심을 갖고 보는 주제 중 하나이다.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다루지 않는다. 추격과 추격당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생각할 거리를 잠깐 던져주는 데서 그치는 건 당연한 듯 하다.

 

읽으면서 야나기하라 케이의 '콜링'이 생각난 건 왜 였지. 

'외모'와 '美'에 대한 주제들이 겹치면서 생각이 난 듯 하다.

콜링은 성형수술 중독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추격신이 긴장감 넘친다고 하는 것에 비해... 나는 그다지.... 지루하기만 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마 별로 주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곳에 주목한다.

Baby.

아마 타란툴라는 센도를 사랑했나보다.

비인간적으로 개조 당해도..

이건 내가 내 인생에서 큰 의미를 두고 좋아하는 어느 한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랑구도와도 비슷하다.

한 사람은 절대적인 주인이고 권력자이다. 한 사람은 노예처럼, 실험재료처럼 비인간적으로 길러지지만..

"그런 식으로 밖에 사랑할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거겠지."

난 흔하지 않은, 비극적인 사랑의 형태를 좋아한다. 

특히 지배당하고 저항하면서도 결국은 벗어나지 못하고 주인(?)에게 회귀하는 역겨운 구도를 좋아한다.

 

 

그러한 일면을 봤으니, 

거기에서 나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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